전쟁사 이야기 33편 실험과 도전, <수국비> 광고
일반인이 인식하기에 해전이란 전통적으로 포탄을 서로 해상에서 주고받는 싸움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임진왜란 때도 강력한 화력의 함포를 바탕으로 백병전 위주의 일본 해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 대표적이죠. 이미 고려시대 때부터 최무선이 화약무기를 들여와 다양한 화포를 제작한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습니다.
이렇듯 뛰어나고 앞서나가는 무기를 만드는 것은 전쟁의 성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1,2차 세계대전을 통하며 해전무기는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 발발한 미국의 남북전쟁에서는 '철갑함'이라는 방어력에 올인한 함선이 서로 싸웠는데, 두터운 방어력에 비해 공격력이 형편없어서 무승부가 잦았다고 합니다.
(남군과 북군의 철갑함이 서로 포탄을 다 쏟아붓고도 결판이 나질 않자, 마지막으로는 충각을 했음에도 서로 격침되지 않아 평화롭게... 타협하고 서로 갈 길을 갔다고 전해집니다
https://mashable.com/2016/03/03/civil-war-ironclads/)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신형 무기가 떠오릅니다. 바로 초기형 잠수함이었죠. 쉽게 말해서 맥주통에 페달과 드릴, 폭약을 메달고 사람이 해저에서 열심히 페달밟고 함선 밑에 폭탄을 설치하고 튀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맥주통 안의 산소는 지나치게 용량이 적었고, 사람의 손으로 움직이는 드릴 또한 철갑선의 바닥에 구멍을 낼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실현가능성'이라는 것입니다. 비록 유용한 결과물을 도출하지는 못했고, 상당히 조악한 물건으로 시작했지만 훗날 이 드럼통같은 잠수함은 현대에서는 핵잠이라는 물건으로까지 발전하여 세계를 지배하는 하나의 축이 되었습니다. 초반의 실패를 가지고 잠수함을 완전히 포기했다면 인류는 막강한 병기를 개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잠수함은 점차 더 커지고 어려명을 태울 수 있게 확대됩니다. 화학기술의 발달로 부피가 큰 산소를 압축해서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전기분해를 응용하여 바닷물에서 산소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로써 잠수함의 활동 가능 시간이 지대하게 늘어납니다.
잠수함은 이처럼 전기화학 분야가 대단히 중요한 병기인데, 이것이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었습니다. 독일은 타국에 비해 우수한 전기 배터리 기술로 더 좋은 잠수함을 찍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연합군에게 끊임없는 공포를 안겨주었죠.
잠수함 자체의 성능과 크기의 발전과 더불어, 무기체계의 혁신도 일어납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어뢰'라 하여 중량이 2~3톤은 거뜬히 넘어가는 무지막지한 녀석입니다. 이것 한방을 제대로 맞으면 웬만한 소형함은 한방에 가라앉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D%81%AC_46_%EC%96%B4%EB%A2%B0)
어뢰라는 물건이 개발되기 전 까지는 잠수함은 그저 기습적으로 부상하여 포를 쏘고 다시 잠수하는 식의 게릴라 전술밖에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뢰라는 물건이 개발되면서 잠수함도 이제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포식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한반도 근처에서 벌어진 쓰시마 해전에서도 어뢰가 무려 2~300발이 사용될 정도로 어뢰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였습니다. 기존 거함거포주의 해상전에서는 무조건 큰 함선이 거대한 주포를 바탕으로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섬멸하는 것이 전통적인 해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은밀히 빠르게 다가오는 어뢰는 거대한 함선에도 치명상을 안겨줄 수 있었습니다.
함포를 쏘게 되면 큰 소리와 매연을 남기지만, 어뢰는 단지 착수음을 살짝 내고 목표를 향해 슬그머니 다가갑니다. 수상함이 제때 다가오는 어뢰를 탐지하지 못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뢰의 개발로 인하여 소형함들은 대형함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죽창)를 얻게 됩니다.
물론 어뢰라는 것이 만능은 아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일본군은 어뢰의 화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두의 중량을 지나치게 비중을 높였는데, 이는 유폭의 위험성을 높였으며 실제로 전투 중 적의 공격에 아군 어뢰가 폭발하여 침몰하는 사고가 여럿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은밀하고 강력한 어뢰라는 물건을 장착한 독일의 잠수함은 바다를 휘저으며 미국과 연합군의 상선, 해군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소나라던지 전파탐지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시기였기에 바닷속에 숨어있는 잠수함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칼 되니츠 잠수함대장은 유보트 300척이 있다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었죠.
(영화 <그레이하운드>에서 적 유보트의 어뢰 공격을 받고 한방에 골로 가버리는 미국 상선의 모습과 이에 응사하는 미국 구축함 그레이하운드의 장면)
제가 여태 전쟁사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미드웨이 해전에서도 일본군 잠수함의 어뢰는 매우 만족스러운 전공을 얻습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과 미군이 치열한 싸움을 주고받은 이후, 미 항모 요크타운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침몰 직전의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러나 미 해군은 항모 한대가 아까운 상태에서 어떻게든 이것을 수리하여 본토로 예인하고자 하였고, 구축함 3대와 수십명의 수병, 기술자들이 동원되어 요크타운 수리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웬지 불길한 예감이 들죠?
당시 근처에 잠복중이던 일본 잠수함은 요크타운을 발견하고 몰래 접근합니다. 주변의 호위구축함의 경계를 뚫기 위해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며 수면 위로 부상할때도 아주 잠깐 잠망경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곧바로 잠항하며 접근합니다. 그리고 어뢰를 부채꼴로 발사합니다.
요크타운 갑판에서 한창 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미 수병 몇명이 다가오는 어뢰를 발견하였고 당장 대공포로 달려가 어뢰를 향해 대공포탄을 쏟아부었습니다. 어뢰가 도달하기 전에 미리 폭발시키려는 의도였죠.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던 요크타운은 어뢰에 피격되고 다수의 사상자를 내며 수리불가능 상태까지 손상당합니다.
(일본군의 공습을 3번이나 받으면서 좀비같은 생명력을 보여준 이 항공모함은 결국 행운의 여신이 떠나고 침몰하게 됩니다. 항공모함 한척이 3번에 걸쳐 탱킹하며 끝까지 수리를 시도했던 미군의 집념도 대단합니다
https://nicker.tistory.com/entry/2%EC%B0%A8-%EC%84%B8%EA%B3%84%EB%8C%80%EC%A0%84-%ED%83%9C%ED%8F%89%EC%96%91%EC%A0%84%EC%9F%81-%EB%AF%B8%EB%93%9C%EC%9B%A8%EC%9D%B4-%ED%95%B4%EC%A0%84%E6%AD%BB-%EC%99%84%EA%B2%B0%ED%8E%B8-1)
이후에도 어뢰는 유도체계, 추진체계의 발전으로 더 강력하고 막강한 병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공동어뢰라하여 기존 어뢰의 속도를 한없이 능가하는 고속의 어뢰가 선보여지기도 하였죠.
이렇듯 우리가 영화로 보는, 소설로 읽게 되는 전쟁사는 이미 '완성된 무기'들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이 완성된 무기들의 초창기 버전은 정말 장난감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형편없이 시작하였습니다. 실현가능성도 적어보였고요. 그렇다고 해서 중간에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기술이 더 발전하고 이것저것 추가됨에 따라 결국에는 잠수함과 어뢰라는 현대 해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메김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한번에 손쉽게 풀 수 없습니다. 차근차근 조잡하고 느리고 기초적이고 원시적인 접근이라 하더라도, 그런 시도들이 쌓임으로써 결국에는 중간 단계의 문제, 결국에는 마지막 단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입니다. 유치하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어뢰나 잠수함이나 처음 등장했을 때의 모양은 유치한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결국 그 끝은 창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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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현재까지 56부가 팔렸고, 매출은 약 20만원을 살짝 넘어갑니다. 역시 새로운 전자책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까 묻히는 감이 있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판매 링크를 살포시...
https://docs.orbi.kr/docs/7325/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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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라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제가 크게 영향받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은 아니고 태평양 전쟁 관련 서적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둔 블로그 '대사의 태평양전쟁 네이버 블로그'
정도 추천드릴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