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1편 - 기출분석
제가 여태 글을 쓰면서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지겹도록 반복해왔습니다. 이 기출분석이라는 것은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군인, 정치인, 연구원 심지어 판사들까지 중시합니다.
군인은 전쟁사, 혹은 전사를 공부하며 정치인은 고전과 통치론, 제왕학을 배우고 연구원은 선행연구를 합니다. 판사들은 판례를 공부하죠.
수능체제가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이상 기출문제집 시장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능 출제자들조차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키아벨리의 은 통치와 처세술, 인간 군상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으며 여전히 정치인이나 학생들에게 자주 읽혀집니다. 제왕학에 대한 고전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 책을 먼저 꼽을껍니다)
전쟁사 시리즈니까 이제 전쟁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역설적으로 조선은 수군이 강했으며 왜군은 육군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조선 수군이 강하게 된 데에는 그 발전과정에 이유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고려시대도 훨씬 이전부터 왜구나 해적의 습격을 받아왔습니다. 대규모의 정규군이 아닌 약탈과 백병전을 중시한 속도가 빠른 해적선들은 대항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조선초에는 '맹선'이라는 함선을 사용했는데 조운선을 개조한 함선이었습니다. 점점 좋은 무장을 갖춘 왜구들에게 대항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후 조선에서는 해적에 대항하기 위하여 조선지형에 적합한 고유한 함선을 개발합니다. '판옥선'이 그것인데, 적의 백병전을 방해하기 위해 높고 크게 만들었으며 조수간만차가 심한 지형에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도록 바닥이 평평했습니다.
왜군과 달리 근접전을 지양했던 조선 수군은 원거리 함포전을 위해 노군과 전투원을 다른 층에 분리 배치하여 항해 중에도 전투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에서는 판옥선을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성과도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판옥선은 조선 수군이 왜구라는 기출문제를 끊임없이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개발한 전함이었습니다)
반면 일본군이 데리고 온 함선은 빠르고 약했으며 원거리 화약무기를 탑재하기 힘들었고, 바닥에 뾰족해서 조수간만과 해류변화가 심한 한반도 남서해안 지형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에도 여전히 빠르게 접근해서 백병전을 거는 전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기출문제로 단련된 조선 수군과 달리 학습이 부족했던 일본 수군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대가로 머리가 박살납니다.
한쪽은 상대방의 전략을 계속 겪으면서 그에 맞는 풀이법을 가져왔으나, 다른 한쪽은 그다지 큰 변화 없이 같은 전략을 가져왔기에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 수군은 장기인 화약병기를 활용한 원거리전에 특화된 함선을 개발하였기에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각 국가가 군대를 양성하고 운용교리를 정립하는 과정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체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지형과 상대방의 특성을 익히고 그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합니다.
한국군의 전차는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되어있고, 사막이 많은 중동국가에 판매할 때는 그에 맞춰 황녹색으로 도색합니다. 산림에 특화된 전차를 개조도 없이 겨울이 특별히 긴 나라나, 사막이 많은 나라에 판매하면 당연히 뒤탈이 발생하겠죠?
(국군이 쓸때는 녹림이 많은 한반도에 적합한 녹색으로 도색하지만, 사막 국가들에게 판매할때는 그에 맞춰 사막색으로 도색합니다. 사진은 흑표 K-2 전차)
A라는 학생은 평소 수능 기출문제로 단련되어있지만, B라는 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능을 치는 거라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요? 서로 같은 지능을 가졌더라도 A는 수능이라는 체제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했고 거기에 최적화 해놨으므로 성적에서 큰 우세를 보일 것입니다.
영화감독들도 각자 고유의 표지와 색체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특정 영화감독의 작품을 자주 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아, 이거 그 감독이 만든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릅니다. 쉽게 말해서 해당 영화감독의 기출문제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대충 보아도 비슷한 느낌과 기분이 드는 것이죠.
만약 학생들도 수능 출제자들의 입장을 자주 생각해보고 그들의 문제를 자주 풀어서 공략법을 많이 준비해둔다면 분명 남들보다 쉽게 풀어낼 수 있을껍니다. 나중에 어떤 직종을 가든 해당 분야의 기출분석은 지겹도록 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점심 뭐먹지 0
삼겹살덮밥 묵을가..
-
명실상부 작품의 얼굴마담이자 2024년 최고의 캐릭터. 사랑스러움을 의인화한다면...
-
운동량이 0이되면 파장이 무한대가 되고 파장이 0이 되면 운동량이 무한대고 되고...
-
작수 24514 9모 34434 내신 2.7 대학 어디 갈 수 있나요? 작년에 건대...
-
부엉부엉 6
우흥
-
책상에 엎드려서 잘때 가위눌림 많이 느끼는거 정상임? 2
평생 가위눌림이라는 거 경험 못했는데 책상에 엎드려서 쪽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가위...
-
이왜진?
-
있나요?
-
쉬운거 맞나요? 12회는 시간 압박꽤 됬었는데 3회는 다풀고 20분가량 남아서.....
-
목-어깨 담와서 미치겟다 비틀거나 숙여지지가 않음....ㅠㅠ
-
수학 실모 2
한달전부터는 실모도 좀 풀어볼 예정인데 3~4등급대한테 적당한 '이건 꼭...
-
ㅅㅂ 올해 수능 절 볼 수 있겠지
-
어떤건 할만하고 어떤건 디게 어렵다 ㅜㅜ 시간 안에 못 풀겠어 근디 리트는 로스쿨...
-
내 사고방식으로는 이런논의가 나온것만으로 얼탱이가없는데 이게어떻게 아무문제가없이...
-
문학점수가 이상해요....
-
내년에 현정훈쌤 강기원쌤 시대 라이브 들으려고 하는데 컨텐츠들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
생윤 질문드립니다 10
3번 선지에서 “부여”가 잘못된거 아닌가요?
-
언제올리냐고 강게이
-
시간안에 빨리 풀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
어느정도 양 푸는게 양치기임?
-
잠을 못 잤어 2
30분 잤나 분명 12시 부터 누웠는데 잠이 안오더라… 눈만 감고 있었음 아침 먹고 다시 자야겠다
-
나같이 뇌용량 딸리는 사람은 끝까지 다보면 처음게 생각이 안난다고
-
오 시발! 10
이감 역대급 병123신 점수를 받았어요! 빨랑 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하루종일...
-
현장응시 국어 85 수학 68 생윤 47 정법 41
-
고전소설이 진짜 너무 오래걸리는데 어뜨카죠?… 오래 걸리면 다 맞기는 해요 또...
-
션티 들으시는 분들 abps체화하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2
체화하려니까 생각보다 어렵네요..
-
물리학 I 6
등가속도 운동에서 시간에 따른 구간 이동 거리는 일정하게 증가한다. o/x
-
밤샜는데 심장이 울렁이고 가슴이아픔 위험한거임?
-
[자료투척] 출제예상 1순위 문학작품 기출문제 분석지 pdf 첨부 2
올해 출제 1순위 현대시 작품 기출문학입니다 (물론 출제진이 이글보면...
-
그 담에 재취업해서 +1하는게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보통 반대로 하던데
-
간쓸개 댕재밌네 2
독서 답 1번인거 많아서 푸는맛 쩔어요
-
전 8~9%봅니다
-
어제는 통으로 날렦고 오늘 병원가서 수액맞고 집왔는데 오늘도 그낭 쉬는게...
-
공부한게 없어서 안볼까 고민중….
-
관계 전•중•후에 포옹과 키스를 최소한으로 해야 떡정이 안 생긴대 옯붕이들도 참고하길 바래!
-
날짜 뭔데 이렇게빨리가
-
상상 파이널 0
상상 파이널하고 상상 베오베하고 겹치는 것 있나유? 파이널은 회차 뭐뭐들었는지...
-
70분 소요 독 6번 -3 화작 43번 마킹실수 -2 95점 전반적으로 선지...
-
sky생각없으면 5
정시파인데 서성한중경외시목푠데 z까고 정시만 파면됨? 중간 일주일남긴했..
-
질받해요 6
아무거나 ㄱㄱ
-
자체휴강일
-
댓글로는 조선 욕하면서 걍 귀찮으니깐 서명은 안하는 내인생 레전드
-
독서 1틀 문학1틀 화작1틀 문학 고전시가 표현상특징 예전에 타사설에서도 똑같은...
-
4000부 판매돌파 지구과학 핵심모음자료를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1위)...
-
실시간으로 반대 서명 강제 삭제되고 있음...
좋은 글에 반응이 적어 아쉽습니다
잘읽었습니다.정말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