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출발선에 선 것 뿐이다.
히터가 틀어진 교실에 들어서면
따뜻한 공기 속에서 얼어 죽어가는
긴장으로 얼어붙은 내 친구들이 보인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더 높은 곳에서 멋지게 살고 싶다는 내 선택이
나를 힘들고 지치는 입시의 길로 이끌었다는 생각도 든다.
후회라던가 그런 건 일절 없다.
다만 친구들과 웃고 떠들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지나간 시간들이
수능 이후, 11월 17일의 건너편에서 날 기다리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면 나는,
만난지 오래된 친구들도 만나고
꾹 참고 버텼던 취미들도 다시 해볼 것이다.
31,536,000 초의 고3 생활은
마치 수능을 결승선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는 매우 다르다.
내가 다음주 목요일에 마주할 그 시험지는
길고 험난할, 그러나 호기롭고 열정적일
앞으로의 긴 인생의 출발선일 뿐이다.
더 잘 볼 것을 짐짓 욕심내지 말고
더 못 볼 것을 지레 걱정하지 말자.
나는, 우리는 스스로 떳떳한 만큼 해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나 큰 벽으로 보이는
수능이라는 시험은
어릴 적 부터 간직해온 우리의 오랜 꿈을 향해 가는
길고 긴 그 여정의 작은 시작일 뿐이다.
저는 에피도 센츄도 아닌 평범한 고3 현역입니다. 이 글은 사실 제가 저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 처럼 쓴 것입니다...만, 오르비 회원분들, 나아가 지금 수능을 목전에 둔 수많은 수험생 분들도 보시고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려봅니다.
11월 17일 저녁밥을 맘편히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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