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1-08 20:01:39
조회수 8,591

[심찬우]너를 믿고 또 나를 믿는다

게시글 주소: https://gaemichin.orbi.kr/0009541568

안녕하세요


오르비클래스

국어영역 강사 심찬우입니다


8월 17일에 오르비에 입성한 후

숨가쁘게 살아왔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작은 숨소리들에 귀기울이며

행복함도 느꼈고, 좌절감도 느꼈으며


좋은 자료, 좋은 강의


그리고


좋은 이야기들을 더 하지 못한

자괴감과 무력감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더 노력하자고

수없이 다짐해왔건만


결국 수능을 목전에 둔 지금에 와서야

또 다시 부끄러운 강사가 되고 만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용기내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1


불안함과 답답함의 근원



요즘 기분은 어떠신가요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잘 압니다


저 역시 수능을 앞둔

3년 동안의 수능 전 10일은


정상적인 감정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과 우울함

거기에 답답함과 불안함까지


모든 감정들이 한 번에 밀려왔었으니까요


지극히 정상적인 그 감정의 발로를 두고


불안해 하지말라고

답답해 하지말라고


수능만 끝나면

대학만 간다면


모두 해결될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살아가면서 느끼는건


그 감정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적이 있습니다


저랑 같이 재수를 했던 한 친구가

한 얘기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지금도 제 머리속에 맴돌고 있는 

그 친구의 말은 이렇습니다



차라리 외로움과 친구가 되려고 한다



실제 제가 써놨던

1000일의 기록(일기)을 보면


그 말을 듣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같이 안고 간

전, 후로 많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도처에서 예감없이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에게 오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들은 찾아오게 되어있지요


끊임없이 엄습해오는 그들을

물리치시기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여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계속 이야기하지만

입시는 11월 17일에 끝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11월 17일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안하다면

답답하다면



불안함의 끝으로

답답함의 끝으로


그리고


외로움의 끝으로 내려가서

그들의 손을 잡아보세요


너무 추상적이고 뻔한 이야기 같은지요



평범한 이야기 속에

우리가 만나야할 진리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과거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수험생을 하면서 찾아오기 시작했던



하루종일 몰아치기 시작하는 

숱한 감정들과 반목하시기 보다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이렇게 말해보세요


이제서라도 찾아 와줘서 정말 고맙다




2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



예전에 모 전직 대통령께서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이다



이렇게 이야기한 것을 보고

몹시 화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존재의 확실성이라는 것은

남이 나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보다도



내가 정립한 소신과 가치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



믿고 있었고, 또 앞으로도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이해를 따지는 정치라 할지라도

다를 바 없다고 저는 생각했기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지키는 것이 아닌


남의 눈치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직책의 중함을 경시하는 태도에


많은 실망과 회의가 찾아왔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지금

스스로의 꿈과 미래


나아가


나의 존재의 확실성을


내가 만들어가는

자아와 세계를 바탕으로

확립하려는 것이 아닌



수능 이후에 찾아올

세간의 시선과 비난에 의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난 그대가


과거의 내가 그랬듯


세간의 여러 시선들에

굴복하고 좌절하며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자신의 생애를 부정하려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교육이 말하는



실패하는 자는 가차없이 버려진다

그릇된 가치관에 맞서



학력과 성적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닌



라는


존재가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만날

11월 17일 이후의 세계는


아직 미미하고 더딜지 몰라도


지금의 황폐함과 다르게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갈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3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아직 사춘기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공부 때문에 잠시 미뤄둔 것이지요


10대의 마지막에서

20대의 시작에서


우리는 젊음이 속삭이는


뜨거운 도전과 숙제를

감내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냐


어떤 사람으로 존재할 것인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



바로 이 두 질문입니다



저는 그대의 존재와

그대가 만들어 갈 세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향점은



세상의 중심이길 바랍니다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어두운 곳


그곳은


단 한 번도 봄이 찾아오지 않은

무겁고 차가움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과 명예에

탐취하여


그 신음소리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많이 배우고

많이 벌어서


세상의 중심으로

다가가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명문대에 진학한다고 해도



그동안 노력한 것에

응당한 보상을 받은


승리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제대로 보듬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진


채무자로서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4


D - 5, 4, 3, 2, 1, 0



수능 날 어떤 옷을 입고 갈 것인지

수능 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인지


제가 얘기드리지 않아도, 아마 많이들 아시고

또 주변에서 이야기들을 많이 하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얘기들보다

실전적으로 반드시 드리고 싶은 이야기만

드리고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재수, 삼수생들의 경우

작년 수능 국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겁니다



수능 날 또 그러면 어떻게 하지

수능 날 글이 안읽히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 많이 하실텐데요



추상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작년 수능 문제를 끊임없이 보면서


정말 외울 정도로

씹어먹으시는 겁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크고 무서워보였던 2016학년도 수능문제도


내 손안에 잡히는 느낌을 받으실겁니다




실제 제가 재수생들한테 시켜봤을 때

효과를 많이 봤던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수능 D - 5일부터는


철저하게 평가원 문제로 가시길 바랍니다


* EBS와 실모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D - 5


작년 6월(A, B)


D - 4


작년 9월(A, B)


D - 3


작년 수능(A, B)


D - 2


올해 6월 모의평가


D - 1


올해 9월 모의평가



내가 문제를 풀었던 사고과정

지문을 읽어나가는 방식


이것들이 기계적으로 반응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보고 또 보셔야 합니다


이미 지문이 익숙하고

답을 다 알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셔야 할 것은 이겁니다


평가원은 당신이 

D - 5일부터 보고 있을


그 시험지와 아주 흡사하게 

문제를 출제했다는 사실을요



살면서 만날 가장 낯선 시험지가

11월 17일 아침에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이 낯섦을 해소하시려면

익숙함을 더 익숙하게 만들어 버리면 됩니다



그리고


D - 0


아침에 수능장에 가셔서

가장 자신있는 비문학 지문


그리고


화법과 작문 지문, 문제를 두고


글을 읽어나갈 준비를 하셔야합니다


아침에도 끊임없이 읽고 또 읽으면서

잠들어있는 내 자신감과 의식을 깨우십시오



8시 40분



시험 시작 종소리와 함께

마치 반응에 익숙한 파블로프의 개처럼(?)


기계적으로 반응해 나가시는 겁니다



비록 중간 중간 지문이 뚫리지 않는다해도

비록 중간 중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해도


절대 멈추지 말고

절대 쫄지 말고


절대 기죽지 마세요




5


마지막




괜찮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올해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이상을 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미 많이 성장했습니다




정말 고생했어

정말 애썼어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이 잘 아시듯

글을 쓰는 이 사람도


대단한 학력, 이력, 경력, 외모, 말빨


없습니다


단 하나도 없지요



지금도 그때가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

친구와 가족의 죽음


어둠이 드리우는


인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열등감으로 얼룩진 나에게



어느날


젊음이 물어왔던 때를 말입니다


.

.

.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겠느냐



다시 반문했습니다


.

.

.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인가




젊음이 말했습니다


.

.

.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그대를 난 믿는다 



다시 한 번 해보자


.

.

.



그 말을 믿고


지금까지


정말 미친듯이 노력하고

당당하게 살아왔습니다



물론 좌절할 때도 있었습니다



너무 너무 힘들어

숨이 막힐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절대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최선을 다하다보면



고등학교에서 끝난 줄 알았던, 친구

성적표 받는 날 끝난 줄 알았던, 인생


.

.

.


이 모든 것들이


다시 한 번 더 나에게 

찾아옴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당신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당신의 노력과

지금까지 보였던 당신의 정성을


세상 그 무엇도 절대 꺾지 못할 거라 믿습니다



여기


당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 한 명 있습니다


제가 당신의 팬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임하세요



11월 17일



당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대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


.








10대의 멋진 마지막을

20대의 아름다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깊은 이해


오르비클래스

국어영역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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