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9 [369340] · MS 2011 · 쪽지

2016-10-07 0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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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마지막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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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생, 재수 삼수라고 말 할것도 없이 이제 그냥 n수다 


사실 정말 몇 수인지 따져보지도 않았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처음 독학 재수를 시작했을땐 이정도는 갈 거라 생각했다.

책상 언저리에 걸쳐있는 대학 마크를 보며 히죽히죽 웃는날도 있었고

보통 사람보다 적은 시간을 자고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몸이 떠있는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공부에 최적화 됐다고 말할수 있을정도로.

겨울부터 시작했던 공부가 어느정도 정착될 즘

봤던 시험은 어느정도 날 만족시켰고 

안심은 사람을 굳게하고 그렇게 그렇게...

스물 한살의 봄은 오지 않았다.

혼자 지냈던 재수 때완 달리 재종반에 들어간 삼수시절엔

봄이 봄으로 느껴졌고 여름이 여름으로 느껴졌고 가을이 가을로 느껴졌다.

그렇게 또다시 어영부영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

봄을 봄으로 여름을 여름으로 가을을 가을로 느낀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였다.

그 계절은 모두 겨울이였다.

스스로를 책망하고 한겨울 얼어있는 강물을 깨고 들어가

발목까지 몸을 담궜다.

너무 추웠다. 그래서 나왔다.

껍데기만 남았다 생각했던 나도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스물두살의 봄은 여느해와는 달랐다.

대학을 가진 않았지만 공부 이외의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빨리 군대를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입대는 절대 내 맘대로 되지 않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던 중 입대 날짜가 정해졌고 두달간의 배낭여행을 끝으로 입대했다.

훈련소 동기 여자친구의 편지로 그해 수능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마음 아프기도 하면서 홀가분했다. 그렇게 훈련소를 잘 끝내고

자대에 배치받고 정신없이 국방부의 시계는 흘러갔고 일병이 꺽일 즘 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지거국에 합격했다.

늦깍이 신입생이 너무 초라했기에 20년간 살아온 내 고향 지거국 원서를 차마 쓸 수 없었다.

친구와 군대 친구들에게 축하의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상병이 꺽이고 병장도 달고 한여름에 군복무를 마쳤다.

21개월의 일정한 패턴은 내 인생의 계절을 완전히 되돌려줬고

덕분에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감사한 여름이였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생각했고 

못내 아쉬웠던 수능을 다시보기로 마음먹었다.

10주가 채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작하기로 했다.

수십번 본 내용이지만 새롭고 알아 갈수록 즐거운 마음이 든다.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을것같다.

내 인생 마지막 수능.

가장 따듯할 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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