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6-08-12 00: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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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망설이는 이유. ver.1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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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망설이는 이유

ver.1 모르겠어요.


  침대 밖을 벗어날 이유를 찾지 못해 오늘도 늦잠을 잤다. 

알람은 이미 꺼버린 지 오래다. 

나는 햇볕에 말라가는 무말랭이처럼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다. 

일상은 언젠가부터 무료해졌고 빅뱅의 '맨 정신' 가사처럼 

해야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은 없다. 

될 대로 돼라.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도 뒹굴거린다. 


  현대의 청춘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취업도 포기하고 내 집 마련도 포기했다고 한다. 

인간관계, 희망, 건강과 외모관리도 포기 리스트다. 

때로는 삶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걸 포기하는 

전포 세대라는 말도 심심찮게 돌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포기하는 것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성장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가는 냉혹한 과정일까?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나는 왜 자꾸 포기할까?'를 자문해본다. 

답을 찾지 못해 홀로 지친다. 

해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다시 잠에 빠진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느냐. 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창피하게도 대학 4학년인 지금도 산업공학이 

나에게 맞는지 확신이 없지만 전공을 잘하길 바란다. 

새로 배우고 있는 운동도 잘하기를 바라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꼼냥꼼냥 연애도 하길 바라고 

지금 쓰고 있는 이 글까지도 울림이 있기 바란다.

  하지만 바라는 건 많은데 내 모습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버겁다. 

컴퓨터 앞에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다. 

쉬는 것도 때로는 삶의 가치라 세뇌하면서도 

가끔씩 한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심한 나태 속에서도 특별한 사건이 나를 변화시켜 주길 바란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무언가 해결될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내가 바라 왔던 일을 하면 삶에 더 흥미가 생길까. 항상 기대뿐이다.


  사랑. 연애. 만남. 생각하기에 따라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이 단어들도 

나를 권태로운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하는 중 하나다.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이십 대의 절반을 

지나니 조금 더 관심과 비중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망설인다. 

망설이는 데는 나태한 나 자신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아직 이기적이기에 계산하느라 머뭇거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확신이라는 것은 판단의 결과물은 아니다. 

상당 부분 느낌에 기대고 있다. 

사랑을 시작하는 이유가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듯 

사랑을 망설이는 이유도 불명확하다.

  꽤 오래된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희'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엄정화가 연기한 '연희'는 소개팅으로 만난 '준영'과 사랑에 빠진다. 

이후 야시시한 정사씬이 화면을 잠식한다. 

시간이 흐른 뒤 복잡 미묘한 심정을 이겨내지 못한 연희는 

결혼은 조건 좋은 추남과 하게 되고 연애는 준영과 계속한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단순히 B급 에로는 아니다. 

상영시간 내내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질문한다. 

영화 속 연희는 자신이 느끼는 사랑에 대해 

자신이 받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을까. 

내가 아는 가장 우울하고 관능적인 영화 중 하나인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우울함은 사랑 

그 자체의 모순과 난해함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는 다채로운 해석이 있다. 

'인간 본성에 내재돼 있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해 

결코 가식적인 덧칠을 하지 않았다'는 

원작 소설가의 문학적인 표현부터 그냥 둘 다 어리석었다. 

다 여건이 안 맞아서 불쌍하다. 는 감상평부터 

혹은 연희는 '확신'없는 준영의 모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건 좋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는 선택을 현실적인 해석까지.

  


  서른은 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이 영화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표현이 웃기기는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어른'들의 사랑은 

나에게 의문 그 자체였다. 

'서로 사랑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우울하고 

행복해 보이지가 않을까?' 영화를 처음으로 보았던, 

아무런 관념도 없을 스물 하나였던 나에게는 의문 투성이었다.

  지금은 그냥 사랑 자체가 모순되고 난해하기 때문에 

영화가 혼란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을 망설이는 이유는 상처받기가 두려워서기 이전에 

모순되고 난해한 사랑 그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지인들과의 이야기에서 사랑이 화두로 나오고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나는 모른다'라며 정치인처럼 시침땐다. 

어쩌면 말하기 싫은 걸 수도. 

하지만 그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태한 나 자신이지만 생각하며 살기에 

사랑에 대해 고민은 하며 산다. 

워낙 다양한 가치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사회라서 

사랑을 망설이는 것,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 해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랑 자체에 회의적이지 않을까. 

사랑 불능자는 아닐까. 다시 질문한다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라면서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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