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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철저한 고3 현역의 시각으로)
수능을 말아먹고 하나의 지푸라기를 잡은 상황에서
그게 될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은 인간의 직감으로 파악했음
하지만
"뭐... 남들은 논술도 없어서 못 쓰는 판에... 이거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혹시... 내가?" 라는 도박심리가 있어서 논술학원을 알아보게 되었음
버스로 10분거리에
매일경제에서 운영하는 논술학원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원래대로라면 수기에서 먼저 등장했어야 할 학원이지만... 엌 귀찮아)
그날 저녁 학원으로 달려가게 되었음
그렇게 금요일날 논술 등록을 하고
그 다음주 월요일날부터 논술을 듣게 되었는데
문제는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랑 겹쳤던 거임
(기말고사가 수능 다음주 월~ 다다음주 화)
분명 재수할 확률이 높았던 상황에다가
이전 중간고사에서 의문의 전교2등을 먹으면서
(이전까지는 10~20등 대 였던 것 같은데...)
나름의 욕심도 생겼던 상황
결국 "기말고사도 챙기고 논술도 챙기자!"라고 결정했는데
...는 무슨 군단의 심장 캠페인이나 달려서
어서 멩스크를 잡고 레이너나 구하러 가야지
결국 그 주 현실은
기말고사 공부도 안하고 (범위 자체가 수능 범위라 될리도 없었지만)
논술 공부도 학원에서만 하고
집에 오면 저그 군단이나 복원하면서 아바투르랑 놀고 있었음
여하튼 월요일 날로 되돌아가면
수학I 시험문제에 탈탈 털리고 나서
(나중에 보니까 그게 기출을 그대로 낸 거였었음... 대망신)
저녁에 드디어 논술학원으로 등원
논술학원에서 같은 학교 애를 만나서
(걔는 재수 때 D대 의대를 간 걸로 기억)
"최저 다른 것도 맞춘 거?"
"ㄴㄴ 이것만 최저 맞춤"
정도 이야기를 하고 논술 수업에 들어갔는데
논술 선생님이 장발에 수염 + 안경으로
엄청난 포스를 내뿜었던 기억
그 포스에 압도되어서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수업이나 들었는데
논술 수업을 들으면서
"저번 시간에 했던 귀류법 있지? 이거는 그걸로 답안 서술하는거야"
애들 '끄덕끄덕'
하는 풍경을 보고 "어? 나 이게 처음인데... ㄱ-"
그렇게 의식의 흐름...아니 답안서술의 흐름을 쫓다가
첫 논술 수학 수업은 종료되고
그 다음은 생명과학 논술 시간
딱봐도 서울대같이 생긴 선생님이 들어와서
"이거는 아세틸화와 메틸화가 블라블라해서 자명타!" 하는데
내용을 들어보니까 생명과학I 내용도 다소 포진해있던 거임
(나중에 알아보니 일반생물학 내용인 경우도 있었음)
"아 생명과학I 안하고 생명과학II만 아는데... x됐다"하다가
"그래도 노오력 하자 노오오오오력!" 하면서
생명과학 논술 기출문제들 답안 서술을 하고
첨삭을 받았는데
첨삭을 받을 때마다
"오호" "아하" "그렇구나" "네" 등을 하면서
'으아... 과연 일주일 만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함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수능끝난 고3이라는 옛 명언처럼
그런 다짐들은 다 무색해지고
등원시간이 늦어지면서
논술 수학수업을 제끼는 경우도 발생...
그래도 군단의 심장 엔딩 보고나서부터는
사정은 약간 나아졌음...
한편 기말고사는
다이나믹한 풍경이 펼쳐졌는데
애들은 "난 재수안할거야" 하면서
답안지 한줄로 찍고 자는 풍경들 발생
(그 해 재수생이 많은 해였다카더라...)
"기말고사 왜 공부해 ㅋㅋㅋ 재수할라고?"
"ㅋㅋㅋㅋㅋ 사람 일은 모르니 보험을 드는거 ㅇㅇ"
(속마음) '어 재수할거야~'
의 풍경 속에서 기말고사는 평범하게 진행되었음
그렇게 그 주는 지나고
논술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 5호선과 6호선을 타고
고려대역에 도착했음
고려대역의 멋진 디자인과
논술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와... 이게 대학인건가" 하면서 또 혼자 감동먹음
(사실 엄마랑 같이 갔던 건 함정...)
그렇게 수많은 인파들을 거치고 지상으로 나와서
정문 너머쪽 식당가에서 밥을 간단히 먹게 되었는데
밥을 먹던 중 엄마가 갑자기 부르더니
"안경쓴 여자애가 아까부터 이쪽 쳐다보던데 아는 애니?"라고 물어보셨음
"어디?"하면서 두리번두리번 거렸지만
걔는 이미 간 상태라 누군지는 몰랐던 걸로...
(아마 아는 애라면 중학교 때 애였을 듯)
위에 껀 잡소리고
(누군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잡소리지)
여하튼 밥을 먹고서
그당시 논술 시험장이 현대자동차경영관이었는데
시험장 앞에서 엄마한테 인사하고
신분증과 수험표 검사를 받은 후 들어가는 순간
현차관의 삐까번쩍한 시설과 디자인들을 보면서
"와... 대학교는 이렇게 좋구나..." 하고 또 혼자서 감동함
계단을 내려가면서 레드카펫과
유명인(그 중에 읍읍씨도 있었고...)들의 축사?들을 보면서
"와... 역시 좋은 대학교는 달라." 하면서 감탄하면서 내려갔음
그렇게 시험장 강의실에 입장했는데
문을 여니 원형 강의실이 뜨아아아!
거대한 원형 강의실에서 의자들이 모두
원 한 가운데 중심인 교수 강의자리를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선진적인 대학의 모습이구나! 부럽다..."라면서
계속 감탄만 했었음
수험표와 자리표를 대조해가면서 찾은 다음
화장실을 갔는데 화장실을 보고 또 감동...
그렇게 준비는 완료되고나서 감독관이 들어오는데
순간 드는 생각 "저분들이 바로 교수님들인가...?"
책상위에 필기구와 신분증 수험표 빼고
모두 집어넣으라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준비자세를 하고 시험지와 답안지를 수령했는데
답안지 인적사항을 작성하는 내내 떨리면서
"이걸... 내가 못 쓴다면... 재수생이구나..."하면서 두근두근거림
본령이 울리고 시험이 시작되자
시험지를 펼치기 시작했는데
앞장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
"아... 귀찮게 사각형은 왜 갑자기 굴리는거야..."
뒷장을 보자마자 나와는 악연이었던
공간도형과 벡터가 아아아악!
"아... 공간도형... 벡터... 논술... 안했는데... 보인다... 노량진이... 강남이..."
현기증나는 걸 붙잡고서
"그래 이거 다 안써도 붙는 사람이 있다니... 최대한 써보자!" 하면서
궤변까지 동원해가면서 답안을 서술해 나감
하지만 궤변까지 썼음에도 서술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기 시작하고
"내년 수능도... 봐야하는구나..."
"그래... 내가 도둑놈 심보지... 암...암..."
수리는 패스하고 생명과학 논술로 넘어가는 결단을 내렸음
"그래 생명과학 논술은 생2한 사람이 유리하다고 했지..." 하면서
생명과학 제시문을 읽어보니
...맙소사... 생명과학1 제시문들로만 가득 차 있었음
"아 생명과학1 안했는데... 망할... 망했네... 망했어..."
하면서 최대한 아는 대로 써가면서
겨우겨우 분투해냈음
이윽고 시험이 끝나고 논술 시험장을 나오면서
"아... 재수가 눈앞에 보인다..." 상태로 멘붕
이윽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기분으로 귀가
그렇게 논술이 끝나고 기말고사도 끝나면서
수능끝난 고3의 기분을 만끽함
그리고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당일날
화학I의 등급을 손으로 가린 채 확인해봤는데
"2등급! 가채점표를 잘못 적었어! 신난다!" 하면서 혼자 또 기뻐함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죄송합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이 멘트를 보고 나서
"아... 내가 재수라니... 재수라니..."
멘붕에 빠진 상태라 하루정도 멍하게 틀어박혀 있었던 듯
그러던 와중에 엄마가
"그렇게 멍하게 있으면 뭐 답이라도 나오겠냐... 학원 영어선생님이 재수학원 알아봐 주셨으니 나중에 고맙다고 해"
하면서
'강남대성학원'과 '서초메가스터디학원'을 언급했었음
(참고로 그 당시 갓봉열 효과로 서메 인풋이 상승했었던 기억...)
바로 정신차리고서
"그래 재수할거라면 선행반부터 워밍업하자." 라고 결심했는데
부모님과 학원 영어선생님이
"아직 다 나은지 1년밖에 안되었는데, 무리해도 되려나..."하면서 우려하심
그래서 "뭐 이제는 다 나은지도 오래고, 2개월동안 머리가 굳는 것보다는 그래도 워밍업하는 게 나중에 나을 것 같아요."
라는 이유로 강남대성 선행반과 서초메가 선행반 원서를 넣었었음
서초메가는 학원 원서를 넣을 때
자기소개서도 요구했었는데
자소서를 쓰면서
"수시 때도 안 쓴 자소서를 재수학원 원서에서 쓰다니 나도 참..." 라고
자조하면서 썼었음
그러고나서 문득 갑자기
"혹시... 이 둘마저도 불합격이 뜬다면?"이라는 공포가 들기 시작하는 거임
그래서 "다른 학원도 알아보자."라면서
J모 학원과 C모 학원, S모 학원도 알아봤었는데
"S모 학원은 좀... 그렇네... C모 학원은 왜이리 빡세? 안해... J모 학원은... 한번 넣어봐야지"
하면서
재수학원 원서를 총 강대, 서메, J 로 넣었었음
강대 발표날 두근두근 하면서 열어봤는데
"강대 본원 님 떨어짐 ㅅㄱ. 대신에 저기 양재대성 쪽에 설특 당첨되셨는데 가실거?"
네이버 지도로 양재대성을 돌려본 결과
엄청난 소요시간과 거리가 나왔음
이윽고 서메 발표에서 합격통지가 나오자
"제길. 강대도 나를 떨어트리네... 차라리 서메 본원을 가고 말지." 라고 하면서
서메를 등록했음
그 와중에 J모 학원에서
"이과프리미엄에 합격되심. 등록안하심?"라고 문자가 왔었지만
"(읍읍읍읍읍)" 하면서 등록을 안함
그렇게 12월 말
재수생으로 첫 하루가 시작되면서 고3 스토리는 끝...
p.s
1.
서메 등원 첫날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등원했는데
교실 TV에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에 기본적으로 주는 동영상
아는 분이 있으실 진 모르겠지만...
그 동영상을 틀어주고 단어학습 동영상 + EBS 수학 단편다큐 + EBS 과학 단편다큐 + 가끔씩 메가스터디 광고
를 틀어줬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bgm이 정말 슬프게 들리더군요.
아... 재수학원 시절로 시간까지 되돌려주면
절하고 가겠지만
지금 재수학원 가라고 하면 못 갈 듯 하네요.
재수했던 때처럼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끔찍)
2.
만약 그 다음 썰을 쓴다면
재수 때 수능날 전후 썰 + 재수 원서 썰을 써보겠...
다이나믹하군
아아 인생은 롤러코스터
뭐지 저번썰보고 희망을 얻었는데 이번 썰의상태가..?
제 입시 스토리에서 희망은 항상 수능날까지만 존재합니다.
논술부터 원서까지는 그저... (눈물)
저런 합격을 기대햇는데
정시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