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입문 가이드
수능 끝나고 한 잔 하고 싶은 N수생 분들, 곧 성인이 돼서 술을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 맥주는 맛없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을 위해 맥주의 세계에 입문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목차
I. 맥주 용어
II. 맥주 입문, 어디서부터?
III. 크래프트 맥주 구입처
IV. 맥주 보관법과 음용법
V. 크래프트 맥주 커뮤니티
VI. 추천하는 맥주 자료
I. 맥주 용어
맥주를 마시면서 많이 접하게 될 용어를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매우 간략화되어 있습니다! 더 자세히 아시고 싶으신 분들은 VI.의 자료를 참고하세요.
·맥주의 재료: 몰트, 홉, 효모
맥주는 효모가 당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얻은 발효주(양조주)입니다. 그 중에서도 주재료인 당원은 몰트(맥아)로, 보리나 다른 곡물을 당화시켜 엿당 형태로 만든 것을 효모가 발효합니다.
효모가 몰트를 많이 발효하여 잔여 당이 많이 남지 않으면 단맛이 적어 드라이하다고 표현하고, 이런 경우 주로 질감이 가벼워 라이트 바디라고 합니다. 반대로 당이 많이 남아 달고 끈적한 것은 몰티하고 풀 바디라고 합니다.
또한 몰트의 종류와 구운 정도는 맥주의 색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흑맥주는 오래 로스팅한 맥아를 일부분 넣어 어두운 색이 납니다. 맥주의 색은 SRM(Standard Reference Method)에 의해 수치화되기도 합니다.
홉은 맥주 특유의 향과 쓴맛을 담당하는 재료입니다. 홉의 종류에 따라 풀, 흙의 향이 나는 것도 있고, 시트러스 과일 향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홉의 향이 강한 것을 호피하다고 합니다.
효모는 종류에 따라 에스테르를 생성하여 바나나, 건자두와 같은 향을 가미할 수도 있고, 페놀을 생성하여 정향, 후추와 같은 향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몰트, 홉, 효모, 물 및 부재료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발효 방식에 따라 맥주의 수많은 스타일이 결정됩니다.
·ABV, IBU
맥주 프로필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ABV는 Alcohol by Volume으로 알코올 도수입니다. 여느 술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은 맛과 향을 전달하는 매개체라서,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맛이 강렬하고 향이 복합적인 것이 많습니다. 또한, 더 많은 맥아를 발효시켜야 하고 더 많은 재 료를 쓰기 때문에 묵직해지고 가격이 비싸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IBU는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s로 맥주의 쓴맛의 정도를 알려줍니다. 일반적인 대기업 라거는 20 IBU 전후, 편의점 맥주 중 쓴맛의 대표인 '필스너 우르켈'이 40 IBU이고, 일반적인 미국식 IPA는 60 IBU 정도입니다. 다만 이는 단순히 홉에서 기인한 humulone과 알파산 등의 물질의 양을 수치화한 것이기 때문에 체감하는 쓴맛의 척도는 아닙니다.
·에일? 라거?
맥주를 크게 분류하면 발효 방식에 따라 상면발효맥주인 에일과 하면발효맥주인 라거, 그리고 자연발효맥주인 람빅 또는 와일드 에일로 나뉩니다. 에일과 라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효모, 발효 방식, 숙성 온도와 기간에 있어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라거는 가볍고 청량하며, 에일은 묵직하거나 호피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발효 방식의 차이, 각 스타일의 역사적 배경, 관습에 의해 일반적으로 그러한 경향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고, 모든 맥주 스타일이 라거나 에일이라는 분류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크래프트 맥주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기업 맥주의 반대말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본래는 중소 양조장에서 로컬 맥주를 만드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한국말로 수제맥주라고 하는데, 사실 hand-craft도 아니고 '수제'와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생맥주, 드래프트
'생맥주'는 일본에서 들여온 말로, 원래는 살균 처리를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는 맥주를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래프트 맥주(draft beer)와 같은 의미에서 사용됩니다. 드래프트는 캔, 병이 아닌 10l, 20l짜리 케그로 유통되어, 탭에서 따라 서빙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캔, 병, 케그는 내용물에 차이는 없습니다만 드래프트가 보통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신선하며 맛있는 거품을 만들기 적합해 더 맛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맥주 주변부에 대하여
맥주와 비슷해 보이지만 맥주가 아닌 술이나, 맥주가 아니지만 맥덕과 맥주 커뮤니티에서 다루는 것들이 있습니다.
발포주로 불리는 필라이트, 필굿과 저렴한 '가짜 맥주'는 법적으로나 맥덕 기준에서나 맥주가 아닙니다. 맥덕 입장에서는 별로 추천드릴 것이 못 됩니다.
RTD 칵테일들은 편의점에 맥주와 같은 곳에 있어서 맥주처럼 생각하시는 분이 가끔 있지만 맥주가 아닙니다. 머드쉐이크, 크루저, KGB 같은 것들입니다.
맥아가 아닌 사과로 발효한 사이더나 꿀로 발효한 미드는 맥주는 아니지만 맥주 펍과 맥주 커뮤니티에서 다루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댄싱사이더 같은 것이 있고요. 서머스비도 사이더입니다.
II. 맥주 입문, 어디서부터?
맥주에 입문하는 과정은 본인의 취향을 찾는 과정입니다. 맥주라는 범주 안에 수많은 스타일, 그 스타일 안에도 수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이 수많은 맥주 중 자신의 취향을 알기 위해 일단 마셔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편의점은 맥주를 시작하기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검증된 전세계의 대기업 맥주부터, 국내 크래프트 맥주까지 편의점에서 정말 다양한 술을 찾을 수 있는 우리나라입니다. 편의점에서 여러 종류의 맥주를 사 마셔 보시고 좋아하는 맥주에 대해서 알아보시어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펍이나 바틀샵에 무작정 찾아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맥주 업계 종사자분들은 보통 맥주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셔서(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기에) 맥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알려주실 것입니다. 그날 온탭된 맥주를 마셔도 좋고, 이전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맥주를 탐구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는 지역 양조장을 다니다가 맥덕이 된 사례입니다. 지역 브루펍이 있다면 내 지역의 특산품을 맛보러 간다는 느낌으로 방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III. 크래프트 맥주 구입처
·편의점, 대형마트
가장 접근성이 좋고, 회전률이 좋은 제품의 경우 신선하고 시원한 맥주를 바로 살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되는 제품만 있기에 선택이 많이 제한됩니다. 대형마트에는 종종 맛있는 잔 세트가 들어오기도 하니 가끔 사냥하러 가도 좋습니다.
·펍, 바틀샵
크래프트 맥주를 주로 구입하는 곳입니다. 펍의 경우 드래프트를 먹을 수 있겠고, 바틀을 테이크아웃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생산되는 크래프트 맥주, 해외에서 수입되는 핫한 맥주 등을 모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와인앤모어도 현재는 많이 축소되었지만 맥주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온탭, 바틀 입고 소식 등을 전하는 펍과 바틀샵이 많으니 팔로우하시고 원하는 맥주를 구매하시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크래프트 맥주 수입사들과 국내 양조장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시면 신상 소식을 더욱 빠르게 아실 수 있습니다.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시겠는 분들은 아래 명품맥덕님의 지도를 참고해 보세요.(업데이트가 안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명품맥덕's 한국 맥주 지도(링크)
·편의점 앱, 데일리샷 등 주류 구매 앱
포켓CU, 우리동네GS WINE25+, 데일리샷 등에서도 주류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앱에서 결제하시고 원하시는 편의점이나 매장에서 픽업하시면 됩니다. 예약구매나 좋은 딜이 나올 때도 많으니 소식을 잘 확인해 보세요.
·양조장, 브루펍
앞서 말씀드린 지역 양조장입니다. 그곳에서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양조만 하는 곳이 있고 펍도 겸하는 브루펍이 있으니 잘 찾아보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맥주를 살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병(캔)입일과 보관 상태입니다. 맥주는 콜드체인으로 운송하고 냉장보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형마트는 아쉽게도 상온 보관하는 곳이 많습니다. 병입일(제조일자)은 라벨에 적혀 있거나 캔 바닥에 적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일자에서 1년 혹은 10개월까지가 상미기한인데, 이 기한을 넘긴다고 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품질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IPA와 같이 홉이 주인공인 맥주나 부재료의 향이 사라질 염려가 있는 맥주는 되도록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같이 도수가 높은 맥주는 비교적으로 오래 두고 먹기도 하는 편이고, 람빅 등은 일부러 병입숙성(바틀 컨디셔닝)을 하기도 합니다.
IV. 맥주 보관법과 음용법
맥주는 기본적으로 냉장 보관입니다. 간혹 상온 보관, 셀러 보관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잘 모르겠으면 일단 냉장고에 넣으면 됩니다. 병과 캔은 기본적으로 세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특히 뉴잉글랜드 IPA나 람빅과 같이 부유물이 가라앉을 수 있는 맥주라면 세워서 보관하고 며칠 간 안정화시킨 뒤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스무디 사워와 같은 스타일은 내용물이 잘 섞이도록 일부러 뒤집어 보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맥주는 잔에 따라서 마십니다. 병나발이나 캔나발은 부디 하지 말아 주세요… 각 맥주 스타일에 최적인 잔에 마신다면 가장 좋지만 향을 맡을 수 있는 입구의 잔이면 무엇이든지 괜찮습니다. 여느 주류와 마찬가지로 눈으로 색과 거품을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입으로 맛을 봅니다. 시원한 상태로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좋은 맥주가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나고 따뜻해짐에 따라 향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좋은 맥주도 있습니다. 각 맥주에 맞게 취향대로 마시면 좋겠습니다.
V. 크래프트 맥주 커뮤니티
·untappd(언탭)
크래프트 맥주 평가 사이트/앱입니다. 맥주의 평점을 볼 수 있고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평점을 보는 것이 때로는 선입견을 가지게 할 수도 있지만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RateBeer
마찬가지로 맥주 평가 사이트/앱입니다. 언탭과의 차이점은 언탭은 주로 트렌디한 맥주에 점수가 많이 붙는 편이라, 전통적인 맥주의 평점을 보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전반 점수와 스타일 점수로 나뉘어져 있어, 그 스타일에서 얼마나 근본 있는 맥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크래프트맥주 마이너 갤러리(링크)
국내 커뮤니티 중에는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류 갤러리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제는 망한 갤러리가 된 곳입니다.
이외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서도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VI. 추천하는 맥주 자료
·맥주 스타일 사전, 김만제 저
제가 많이 배운 책입니다. 초보자가 읽기에도 아주 쉽고 유익하게 쓰여 있고, 나중에 다시 읽어도 배울 점이 있는 책입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맥주 스타일은 한번 알아두면 좋은 지식이 되니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배워 보시길 바랍니다.
·살찐돼지의 맥주공장(링크)
김만제님의 블로그입니다. 정말 다양한 맥주의 전문적인 리뷰가 있습니다. 풍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맥주로는 절대 거짓말 안 하실 분입니다.
·유튜브 명품맥덕(링크)
맥주를 정말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최근에는 양조 일 하랴 펍 일 하랴 바쁘시지만 솔직한 맥주 리뷰와 재밌는 이야기가 많고, 맥주 여행기도 참고하기 좋습니다.
이 글을 계기로 한 사람이라도 맥주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맥주에 입문해서 크래프트 맥주를 소비해주십사 쓴 글입니다. 대기업 페일라거만 마셔 보고 '맥주는 맛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맥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만 알아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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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 다 어디 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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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영어 지식은 말 그대로 쓸데없었고
맥주 글도 전문성은 떨어지는데 수험 커뮤니티에 맞지도 않고 관심도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차라리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을 거 하나를 쓰기로 했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다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