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에서 받아본 국어 관련 질문&답변(1편)
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수년간 국어 과외를 하면서 국어 질문을 많이 받아보고 같이 고민도 많이 해봤는데요.
결국 수험생들이 하는 고민이 거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재현해서 나름의 의견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Q1. 독서 영역을 풀 때 제시문과 문제 중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지 항상 헷갈립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먼저 읽으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시문을 먼저 읽으면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이해와 시간 관리에 더 효과적일까요?
- 장단점이 있습니다. 팩트를 말하자면, 선-제시문이 유리한 문제가 있고, 선-문제가 유리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제재나 형태만 보고 그 유불리를 판정할 수가 없고, 다 풀고 난 뒤에야 어떤 게 유리할지 알 수 있는 거라서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논쟁입니다. 실제로 둘 중 하나의 전략이 우월하도록 출제 경향이 세팅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라면에서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는 논쟁과 비슷합니다. 물을 먼저, 정량대로 넣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에 면이냐 스프 중 뭘 먼저 넣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찬물 상태로 넣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다만 독해력, 피지컬을 높이기 위한 학습 과정에서는, 운의 요소를 줄이고 독해의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먼저 읽고 최대한 뚫어내는 연습을 추천합니다.
Q2.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렇다면 수능을 준비하면서 관련 전공 서적이나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지문에만 집중해도 충분할까요? 예를 들어, 철학이나 과학 지문이 나오면 미리 그 분야의 기본 개념을 공부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 공부하셔야 합니다. 결국 가성비의 문제인데, 국어 변별력이 커지면서 배경지식이 필요해진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부할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요약집 형태로 익히기보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게 낫습니다. 사실 배경지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가 애매한 불확정개념이라서 문제인데, 가령 환율이란 한 통화와 다른 통화의 교환 비율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상식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환율의 표시에는 직접표시법과 간접표시법이 있다는 점, '자국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 상승'이라는 동일한 현상에 대해 환율이 올랐다, 내렸다는 표현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은 좀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식 표기법에서는, 환율이 오르면 물가상승압력이 생기고, 수출에 유리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지식들은 그 자체로 당연한 상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관련 문제 풀이에서 매우 유용할 수 있는 지식입니다.
과거에는 수능 국어에 배경지식은 무익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점차 배경지식의 필요성과 유익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단순한 국어 문장 해석론보다 더 효율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사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국어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좋은 교수자와 풍부한 자료가 제공되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니 다음 글로 넘기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배우기가 어렵다고 해서 공부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더 효율적인 공부법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강의식 공부법보다 좋은 학습루트가 계속해서 열리고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찾아 보는 게 좋겠습니다. 고전이나 권장도서를 원문대로 읽는 건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교육청, 실전모의고사 등도 연습용으로는 괜찮지만 기초 학습 차원에서는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좋은 원문 컨텐츠(논문, 기사 등)를 잘 가공, 재구성하여, 수능과 비슷한 정도의 추상적인 어휘, 문장구조, 암묵적인 배경지식을 활용해 제작된 1문단을 보는 것이 낫습니다. 시간으로만 따져보면 모의고사 제시문 1개를 읽을 시간에 5개 문단을 학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소위 넓고 얕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시문 하나에서 얻어갈 지식은 잘 가공해보면 결국 한 문단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가장 추천하는 건 양질의 독학서+스터디 방식이고, 가능하면 문항 토론, 발제, 출제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Q3. 저는 한 번에 지문을 천천히 꼼꼼히 읽는 편인데,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빠르게 여러 번 읽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천천히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 효율적인 읽기 방법을 알고 싶어요.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겨 마지막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됩니다.
- 이 문제 역시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시간관리는 실전 연습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박 모 선생님의 영상을 추천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48QpYzgOpgE). 다만 공부할 때에는 시간 제한 없이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속, 저반복이 좋으냐, 고속, 고반복이 좋으냐는 시험 문제에 따라 다릅니다. 역시 미리 알 방법이 없으니 자기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세팅하면 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글은 천천히 읽어도 시간을 맞출 수 있지만, 어려운 글은 필연적으로 서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훑어보고 넘어가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빠르게 두 번 읽기, 혹은 제시문을 날려 읽고 선지를 보면서 해당 구간을 정독하기 같은 방법도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 단선적인 형태의 글은, 기승전결에 따라 차례대로 논리가 전개되지만, 실제로 수능 국어와 같은 단편적인 글은 후반부를 읽다가 전반부가 이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령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개봉한 영화의 순서와 작중 시간의 순서, 인과관계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특히 첫 문단에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말들을 배치하고 후반부나 <보기>에 예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속독 후 반복 전략이 유효할 것입니다.
한 가지 유용한 팁을 더한다면, 제재별로 풀이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시험 운영을 하는 것은 매우 실용적이고 유용합니다. 7분, 8분, 9분처럼 제재별로 미리 정해놓습니다. 본인이 자신 있는 분야는 빨리, 자신 없는 분야는 천천히 읽는 게 핵심입니다. 다만 문항의 갯수, 길이, 주제를 고려해서 첫 10초 안에 판단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제재를 디테일하게 정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문 / 사회(법, 경제) / 과학기술 정도로 구분해서 10초 안에 예상소요시간 상중하를 정하면 됩니다. 만일 상상상이 나왔다면 첫 문제 풀 때부터 반드시 시간관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쉬운 문제를 먼저, 어려운 문제를 나중에 푸는 게 절대적으로 맞습니다. 물론 쉬운지 어려운지는 다 풀고 나서야 확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연습하고 나면 10초 안에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질문 리스트를 15개 정도 생각했었는데, 분량이 길어졌네요.
나머지는 다음 글에 추가로 작성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국어(화작) 77(문학 2개, 독서에서 나세지) 수학(확통) 41 영어 풀다가...
-
저런 문제들을 벅벅 풀고 싶은 마음이
-
언매미적영어생지 6모 54355 9모 33233 수능날 32233 가능할까요?...
-
다들 화이팅~ 저번에 부적 배경화면 이후로 이거에 좀 맛들려서 오르비 배경화면...
-
부평행 포물선 0
-
지역: 서울시, 과천시, 성남시 과목: 수학 (미적, 확통), 물리학1 - 2022...
-
아 너무 많이 해서 이제 재미없네..라는 생각이 들때까지 미친 듯이 오르비를 하는 거임
-
곧 프사,닉 바꿔야겠다 11
18일 뒤에..
-
예를들어 시험 평균이 80인데 3등급컷이 75 이러는게 시험평균은 모고친 학생들...
-
서바 고득점 받은지가 넘 오래 … 머리가 잘 안돌아가네
-
션티 빠른 찍먹 0
이명학 그불그 들으면서 실모 푸는데 션티 강의 찍먹하면 얻어갈거 많나요?? 강의 추천좀
-
엘지의승리위해다함께외쳐라
-
지2는 필요할 것 같은데
-
참고로 밑에는 실제 gpt 답변 모음집 물론 의사경력 특유의 꽌시나 소위말하는...
-
왜 먹음 이거
-
에서 저 사람을 담당하고 있는 구밑개입니다 감사합니다
-
뭔가 편해보임 차피 평소에도 지갑 들고다니기도하고... 아 근데 얘네는 다 폰으로...
-
생명N제 추천 1
상크스. 올바원. 18모고 끝냈고 리바이벌 풀었어요 실모 전국서바랑 파이널브릿지...
-
누군가 저 때문에 성적이 오르고 목표를 이루게 되는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내년에...
-
그분은 다 알고계신다
-
문풀하는데 얘네 좀 암기가 안되는데 걍 넘어가도 되겠죠?
-
앞으로는 헤겔 브래턴우즈 뒤로는 잊잊잊 할매턴우즈 존재감이 그냥 증발해버렸네
-
예를들어 어떤 연구에서 독립변인이 친밀도이고이를 개념의조작적 정의를 한게 대화시간...
-
3살 차이인데 .. 지금 머리가 하애져써요
-
산타느라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말아먹었습니다 낼 12시간 찍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등급 낮은 사람이 (준)킬러 문제 물어보면 무슨 생각드심? 특히 수학 예를들어...
-
국어 깨달음 4
국어 뭔가 깨달음을 얻음요 그리고 성적이 꽤 안정적으로 변함 문학 ㅈㄴ 못했는데...
-
학원쌤이 수상하 하라고 하긴했는데 쎈b 풀지말고 그냥 수꼭필 힌번 들어도...
-
포만한 초고능아 미쳤네 10
아니 근데 매년 올라오는 전국 한자리수 씹goat들은 예외없이 물리를 꼭 끼워넣는듯
-
제발 병먹금 좀 0
ㅈㄱㄴ
-
고2 10월쯤에 만들어서 고3 개학 전인 올해 3월에 비활했는데 팔로워는 600정도...
-
그냥 문제 출제의도? 자체가 너무 ㅈ같음 전체적 배경은 식민지 근대 하층민의 생활을...
-
이로운 이해원 1
실모 이로운이랑 이해원 중에 뭐가 좋나요?? 좀 얻어갈 게 있는 거요
-
ㅅㅂ ㅈㄴ 헷갈리네 진짜
-
과거의 내가 너무 이쁨 빤짝거리는거 같아 뭣모르고 그냥 맨낳 즐거웠던거 같고...
-
예전에 면접 보러 갔었는데 라파엘관을 못찾겠는거임 그래서 거기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
김승리 총정리 과제 풀다보면 8분 9분씩 걸리는데 어케 빨리 쳐내나요?
-
바보같은 질문인거 알지만 아침 7시에 독재 가서 11시쯤 집 들어오면 폰 안보고...
-
나도 내년엔..
-
평소에 살기를 중상모략을 업으로 삼고 살던것들이니 짐에게도 똑같이 하는구나
-
재미있는 사실 4
쉽다, 용이하다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수월하다'의 어근 '수월'은 한자어가 아니다...
-
여섯시반기상도전! 15
잔다
-
현장에서 본 사람들은 뭐가 제일 ㅈ같았음?
-
총정리 과제 공약 11
1틀 당 5천덕 뿌림
-
엠스킬 한 번 들었습니다 근데 도표가 너무 약합니다 개념은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은...
-
아이보리 후드안에 검은티 어떤가요 안입어봐서 모르겠네
-
수능끝나면 마저 다해야지
-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야채곱창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