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중인 메디컬 계열 지망생에게 - 원서접수전 추천하는 것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시 칼럼이 아니라 입시철에 개인적으로 늘 생각했던 것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저는 피오르 컨설팅의 컨설턴트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사람이기도 해서 상담을 하면서도 많은 생각들을 해요.
아무래도 제 입장이 정시 컨설턴트이니 만큼 입시와 관련된 상담 내용에 국한해서 설명을 하지만, 한 번씩 입시와 관련된 내용 외에 진로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는 상담 전 따로 사전 질문에 언급을 해주시지 않는 한 원서를 추천할 때 일반적인 수험생의 선호도에 따라 준비를 하고, 제 임의의 주관을 섞어서 특정 학교나 특정 학과를 추천하는 건 절대 하지 않습니다.
메디컬 계열에서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만약 원서접수 직전까지 무슨 학과를 쓸지, 심지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한 수험생이 있다면 저는 단호하게 하루 날 잡아서 휴대폰을 다른 곳에 두고 머릿속에서 상상을 해보며 시간을 보내는 걸 추천드려요.
걷는 것도 괜찮고, 누워 있어도 괜찮으니 집중해서 생각만 해도 돼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볼게요.
처음엔, 블랙홀 하나를 상상하고 거기에 기존의 입시, 수능, 입결 등 입시와 관련된 걸 다 집어넣는 상상을 하세요.
블랙홀 속에 이때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내용을 다 정리하고, 머릿속 백지 속에서 자신의 후보군들의 학교와 그 미래를 상상하세요.
대학 생활, 시험공부, 실습, 졸업, 취직 혹은 개원.. 등등을 구체적으로 시각화 시켜서 머릿속에서 그러보세요.
단순히 입결만을 지워서 생각하라는게 아니라 그 학교에 입학한 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보라는 거예요.
그 상상은 구체적일수록, 시각적으로 뚜렷할수록 더더욱 좋습니다.
이 방법은 켈리 델리의 CEO 켈리 최의 저서 웰씽킹에서 나오는 방법인데요, 원서를 쓰기 전 꼭 한 번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보통 인간은 셜록 홈스의 마음의 궁전처럼 정돈되고 깔끔하게 기억을 하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오해입니다.
인간의 모든 기억은 맥락 의존적이고, 본인이 이전에 뭘 보았냐에 따라 뒤의 생각도 영향을 받습니다.
아니라고 하실지는 몰라도, 실채점이 나온 후에 하루 종일 모의지원 사이트 업데이트만 기다리고,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일회일비하며 원서접수 날까지 기다리실 거예요.
그렇게만 시간을 보내게 되면, 점차 정시로 대학을 가는 것의 의미가 높은 입결의 학교를 가는 것만으로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습니다.
입결이 높은 학교가 입결이 낮은 학교에 비해 수험생들에게 어필할 요소가 비교적 많아서 입결이 높을 수는 있지만, 그 입결 하나만으로 원서를 쓰는 일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는 말이에요.
그게 계속돼서 그냥 단순히 더 높은 의대에 가고 싶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가고 싶었던 의대에 붙어놓고 수험생활을 하는 친구도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니 그에 대해 제가 참견할 자격은 없지만, 그 친구가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최근에 저에게 “그때 수능을 또 친 게 후회된다. 지금 생각하면 더 높은 의대를 꼭 가야겠다 라기보다는, 수능을 한 번 더 치고 싶었던 것 같다.”라는 말을 저에게 하니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도전하시는 수험생들의 노력과 의지에 대해서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도 N수를 했었기에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확고한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닌 더 높은 입결의 학교가 무조건적으로 좋고 무조건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학교다.
그리고 그 학교를 가지 못하고 다른 학교를 입학하게 된다면 나에게 대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시를 위해 먼저 한 가지 심리학 용어를 설명해 보자면, 닻 내리기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기존에 생각한 정보가 그 후의 결정과 감정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이게 사람의 심리에서 정말 강하게 작용하고, 때로는 감정을 지배하기도 하는데 이 원리에 의해 생각해 볼게요.
만약, A 의대에 소신으로 썼고, B 의대에 적정으로 썼습니다. 그 수험생은 모의지원을 처음 돌려본 날부터 추가 합격 마감날까지 조마조마하며 결과를 기다렸을 거고, 최종적으로 A 의대에 불합, B 학교에 합격을 해서 B 학교에 등록을 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입결이 더 높은 A 학교에 미련이 남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건 아쉬운 일이 맞고 계속 생각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이후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 입시에 최선을 다한 만큼 더 강하게 올 거예요.
왜 정시 파이터들이 학점이 낮다는 인식이 있을까요?
그건 그들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수시에 비해 입학 직전까지 빡빡한 수험 생활을 했기에 그 여파 때문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좀 오래 전이긴 해도, 제가 한의대를 다닐 때는 저를 포함한 이과로 온 동기들이 정말 많이 반수를 했고 그중에서는 아버지가 한의사이고 꿈이 한의대였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한의사이고 어렸을 적에 꿈이 한의사인 친구도 정시로 오고 수능에 미련이 남는데, 학교에 대한 미련이 아예 없는 사람이 더 드물겠죠.
그런데 저도 그렇고 주위에 몇몇 친구들을 보며 느낀 게, 반수를 생각하고 입시에 미련이 남아 있는 수험생들의 대학 생활은 고통스러워요.
시험공부보다 수능 공부가 더 하고 싶고, 지금 내 대학이 잘못된 길이 아닌가 생각이 계속 들고 결국 수능을 치게 돼요.
이미 닻 내리기 효과에 의해 지향점이 재학 중인 학교가 아니라 더 위의 학교로 잡히면, 가치관이 흔들려서 안 그런 학생에 비해 충실한 대학 생활을 하기 힘들겠죠. 아예 반수를 결심하고 가는 게 아닌 이상..
요약해자면, 지금 시점에서 입시를 준비하며 대학에 집중하는 건 좋지만, 딱 하루 정도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게 지금에서는 별로 의미 없어 보일 수 있어도,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대학을 간 이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원래 생각했던 학교를 진학하더라도, 이러한 미래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려보면 훨씬 뚜렷해지고 학교의 만족감도 높아지더라고요.
직접 지원할 학교를 찾아가 보며 몸으로 느끼면 더 도움이 되겠죠. 상상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고요.
작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매년 느끼는 감정이고 다시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원서 접수 기간이 가까워지면 여유가 없으니 꼭 실천해 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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