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점심때식 비문학 읽는 법(1)
대학에 와서도 정시파들은 가끔 입시 얘기가 나오면 자기 수능인생 썰을 입결표에 곁들여 풀곤 하는데, 재수한 친구들이 젤 심하고, 삼수 현역 이런 순으로 약해지는 거 같다. 나도 예외는 아닌데, 문과 주제에 의대 입결 얘기 나오면 신나서 떠들고, 내 수능 썰도 얘기 나올 때마다 풀곤 한다.
이런 주제가 나올 때면 사람들이 21 시즌 내내 국어 2 받아놓고 어떻게 22 시즌에는 계속 홈런 때렸나고 묻는데, (대부분 수학 기만자들이다) 오늘은 그걸 어케 했는지를 적어보려 한다.
Part1. 그냥 읽기
독서의 기본은 그냥 읽기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좋아하는 소설이나 무협지, 라노벨 등을 읽을 때처럼 별로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내용이 머리에 남는 읽기를 뜻한다.
친구가 sns에 쓴 피드글을 헤겔 지문 읽듯이 항문에 힘을 주고 목을 약간 앞으로 빼고 샤프 쥔 손에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채 읽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 글의 내용이 눈으로 들어가서 숨구멍으로 증발하느냐? 아니다. 뇌에 남는다.
이렇듯이 그냥 받아들이듯이 정보를 읽는 것을 1024650은 ‘그냥 읽기’라 부른다.
과외할 때는 ‘아 그렇구나’ 파트라 부른다.
수능 국어에서, 모든 부분을 힘주어 읽는 것은 날림으로 읽는 것만큼이나 해롭다. 당연하고, 뇌가 쉽게 받아들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그냥 편하게 넘기고, 어렵거나 정보가 많은 파트를 눌러읽는 게 중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글을 읽을 때 저런 식으로 읽는 게 자연스럽지만, 유독 수능 국어에는 오래 찌들다 보니 잘 읽지도 못하는데 그냥 읽는 것조차 시험지 형식에 글에서는 쓰지를 못한다. 하지만 수능국어도 글이다. 모든 글은 그냥 읽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폴 이그젬플,
주차하거나 좁은 길을 지날 때 운전자를 돕는 장치들이 있다. 이 중 차량 전후좌우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이용하여 차량 주위 360°의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본 것 같은 영상을 만들어 차 안의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장치 가 있다. 운전자에게 제공되는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 보자 (22수능 3번째 지문)
이 지문을 풀려보면 처음부터 지문 종이에 아트를 펼치거나 온몸이 경직돼서 파들거리면서 푸는 사람도 있는데 ㄴㄴ. 그러면 안된다. 첫 문장 읽어보면 당연한 소리다. 후방 카메라 한번도 못 본 사람있나?
그 다음 문장. 조금 호흡이 길긴 하지만 걍 차 주위에 360도 카메라를 달아서 운전자에게 알려주나보네. 아 그렇구나. 이런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고? ㅇㅋ.
이것도 사실 설명하려니까 그렇지 실제로 읽을 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읽으면 된다.
‘점심때식 독해법’의 젤 중요한 부분은 ‘그냥 읽기’다.
그냥 읽으면 좋은 점은 굉장히 많은데, 우선 시간이 단축되고,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뇌가 굳지를 않는다.
여기서 그럼 국어 공부는 뭐하러 하냐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맞다. 그냥 읽기만 해서 수능 국어 고득점은 불가능하다.
그냥 읽는 기준은 ‘내가 가볍게 내용을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까지’이다. 만약에 나는 2문단까지 그냥 잘 읽혀도 친구는 1문단까지만 잘 읽히고 2문단부터는 끙끙댈 수도 있다. 그럼 나는 2문단까지 그냥 읽고 친구는 1문단까지만 그냥 읽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냥 읽기’가 많이 되는 게 독해력, 국어에서의 재능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https://orbi.kr/00055543839/) 자기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고 지능이 높아서 넓은 지식과 뛰어난 두뇌성능으로 남들보다 멀리 그냥 읽을 수 있다면 행운아다. 그러나 국어 공부를 계속하다보면 그냥 읽을 수 있는 파트가 늘어난다.
또 내가 그냥 읽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안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사실 여기서는 그냥 읽기라는 걸 인지만 한다면 압도적인 차이는 나지 않는다.
차이는 그 다음 파트에서 나온다.
Part2. 막히면 뚫기
자, 그냥 읽기를 시전해서 잘 가다가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어떡해야 할까?
우선 ‘막히는 부분’이라는 말부터 정의하자.
‘막히는 부분’이란 1. 이해가 안되는 부분/ 2.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문제풀 때 다시 와서 보지 뭐’하는 게 안될 거 같은 부분/ 3.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하나씩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보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란, 걍 뭔 말인지 딱 안 와닿는 부분이다. 그게 논리를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내가 모르는 말일 수도 있다.
㉠정립-반정립-종합. 변증법의 논리적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변증법에 따라 철학적 논증을 수행한 인물로는 단연 헤겔이 거명된다. 변증법은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이 아니라,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을 구조적 특징으로 한다. 헤겔에게서 변증법은 논증의 방식임을 넘어,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즉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의 내적 구조도, 이념이 시ㆍ공간적 현실로서 드러나는 방식도 변증법적이기에, 이념과 현실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이 두 차원의 원리를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 체계성을 ⓐ 지녀야 한다. (22수능 ‘the’헤겔)
헤겔 지문으로 예를 들어보자. 처음 두 문장읽고 동공지진이 왔다면 걍 여기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2번째는 pcr같은 지문에서 정보가 쏟아질 때 동공지진이 오는 경우이다.
1993년 노벨 화학상은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을 개발한 멀리스에게 수여된다. 염기 서열을 아는 DNA가 한 분자라도 있으면 이를 다량으로 증폭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PCR는 주형 DNA, 프라이머, DNA 중합 효소, 4종의 뉴클레오 타이드가 필요하다. 주형 DNA란 시료로부터 추출하여 PCR 에서 DNA 증폭의 바탕이 되는 이중 가닥 DNA를 말하며, 주형 DNA에서 증폭하고자 하는 부위를 표적 DNA라 한다. 프라이머는 표적 DNA의 일부분과 동일한 염기 서열로 이루 어진 짧은 단일 가닥 DNA로, 2종의 프라이머가 표적 DNA의 시작과 끝에 각각 결합한다. DNA 중합 효소는 DNA를 복제 하는데, 단일 가닥 DNA의 각 염기 서열에 대응하는 뉴클레오타이드를 순서대로 결합시켜 이중 가닥 DNA를 생성한다.
3번째는 아마 잘 와닿지 않을 텐데, 혹시 루미큐브 해본 적이 있는지? 루미큐브를 하다 보면 타일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머리를 순간적으로 탁 치고 지나가는 조합 구조가 보이는데 그걸 잘 캐치하면 바로 ‘루미큐브’ 외칠 수 있다. 국어에서도 글을 읽다가 머리에 무의식적으로 보이거나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는데 그 생각을 잘 캐치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예를 들어보면 아래의 가능세계 지문에서
그리고 나는 “만약 내가 8시 기 차를 탔다면, 나는 지각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전통 논리학에서는 “만약 A이면 B이다.”라는 형식의 명제는 A가 거짓인 경우에는 B의 참 거짓에 상관없이 참이라고 규정한다
읽다가 '만약 A가 거짓인 경우에는 B의 참 거짓에 상관없이…참? 엥?' 하는 생각이 들면 좋다. ‘아니, 전제가 잘못됐으면 뒤쪽이 뭐건 거짓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참이지?' 하는 생각. 보통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데, 두뇌의 칼을 좀 갈아놓으면 캐치할 수 있다.
(해설하자면 여기선 가능세계를 전제로 하는 거라 A라는 가능세계에선 모든 B가 가능해서 참이 된다)
그럼 어떻게 이 막히는 부분을 뚫어야할까? 사실, 국어 강의를 듣고 과외를 하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이 사실 이걸 뚫기 위한 거라 몇 마디 로드를 알려주는 걸로는 부족할 수는 있지만, 몇가지 조언을 하자면 이렇다. (원래 이 부분을 길게 사례 들어가면서 쓰려했는데 분량도 길어지고 완성도도 좀 떨어져서 2탄으로 다른 글에서 쓰도록 할게요)
1 말이 이해가 안되게 어려우면 짧게 끊어읽자.
아무리 복잡한 논리와 함축적 의미를 가진 글도 최대한 호흡을 짧게 끊어 읽으면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끊어서 읽고 진짜 이해가 안되면 일단은 받아들이고 해설보면서 왜 못 뚫었는지 보면 좋음.
2 정보가 많으면 정리를
과학/기술 쪽에서 걍 무지성 정보 폭탄이 나오면 지문 옆쪽에 내가 이해갈 정도로만 관계나 중요 정보를 표시해놓은 것도 좋다.
3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4 그냥 읽히는 부분은 누르지 말고 그냥 읽자.
오늘은 제 국어 독해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쓰려고 타이핑을 시작했을 때는 할 얘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말이 잘 안 풀리네요;; 국어 과목의 특성 같기도 하고 걍 제가 설명을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ㅠㅠ 댓글로 궁금하신 점 물어보시면 답 달아드리겠습니다. 마지막 문제 해결에서 설명이 부족한데 추후에 2탄으로 다루겠습니다.
좋아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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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2
네 발소리는 자박자박 나를 울린다. 밤 공기의 울음처럼 일상적으로 귀에 스미는...
500덕 박고 시작합니다
good :)
고수
오.. 저에게 필요한 부분이네요
그냥 읽어도 머리속에 표상화가 되면서 읽혀지는 부분도 있고, 글자가 튕기는 부분도 있는데 지문 끝에서 끝까지 힘줘서 읽으려고 하다보니 역효과가 나는거 같았는데,,
그나저나 디테일을 놓치는 부분은 어떻게 하나요?
예시로 풀고나서 정답 맞춰보고 해설할때
선지에서 언급된 것 중, 엥 이게 뭐지? 지문에 나왔나? 싶어
지문을 쓱 흝어보면 편하게 읽었던 곳 중에
뭐 ‘유전 물질인 DNA는~‘ 이런 식으로 dna = 유전 물질
이런 식으로 언급해준걸
읽을 당시에는 그냥 편하게 읽히는 부분이라 저 구절 하나까지 보질 못했는데 정의내려준다 싶으면 살짝 더 신경써주면 되려나요
그쵸. 그냥 읽힌다 싶으면 그냥 읽고 막히면 뚫어주면 되죠. 좀 실전적인 스킬론 문제풀면서 대충 어디있는지는 기억나니까 다시 봐도 되긴 하고요
질문햇어용!
지문이랑 의사소통하면서 읽으시네요
자~드가자~
평소에 기출 독서공부를 할 때는 모든 문장에서 왜 이렇게 쓰였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고민해보며 공부하는데 그런 공부의 이유가 저 그냥 읽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많은 고민과 텍스트를 접하면서 독해력과 사고력이 증진되는 것 같아요!!
고민상담같은것도 하시나요?..
넵 댓글로 달아주세요!
문학 기출분석에 관해서입니다..
저는 문학기출분석을 그냥 저는 문제가 지문의 인물 갈등 태도에서 나왔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문제마다 이선지가 틀리고 맞는 이유가 뭔지만 확인하고 끝냅니다..이게 참 회의감듭니다..이게 기출분석이 맞나..생각이듭니다 문학에서 여전히 시간확보가 안되고 솔직히 지금 이렇게 문학기출분석 하는게 제대로 기출분석하는것은 아니라고생각하고 그렇다고 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네요..문학 기출분석 어떤식으로 하면 좋을까요?..답변 부탁드립니다..
문학은 기출 분석을 의식적으로 어떤 식으로 하려 하기보단 문제를 어떻게 잘 풀까 고민하면서 푸는 게 중요한 거 같긴 해요. 인위적인 것보단 효율적인 걸로요. 앞으로는 그냥 한번 풀어보세요
문제를 어떻게 잘 풀 까 하는건 기출분석이 아니지않나요?..
논 외긴 한데 문학의 피지컬이 애초에 좋으신가요, EBS 정리를 잘 해서 시간 세이브를 많이 하셧나요??
ebs보시는 걸 추천드리지만 저는 거의 안 보긴 했습니다
헤으응
근데 진짜 힘줄부분
안줄부분 구분안하면
시간낭비가 오짐,,
시험장에서 막히는부분을 뚫다가 안뚫리면 글과 타협해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야 하는건가요? 다시 이해하려고 하면 흐름도깨지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부담되서..
일단 그 세트는 넘어가시고 꼭 해설을 찾아보시거나 해강 들어보세요
와 제가 진짜 4수하면서 국어 4->4->2->1로 성적올렸는데 제가 생각하고 있던 체계?랑 완전 비슷해서 소름돋았네요 ㅋㅋ
4수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