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로보기] Vol.1 인간 본성과 애국심
[Snu Roman.의 역사 세로보기]
# 이제까지 역사는 횡적으로 이해돼왔다.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부여/삼한-삼국-고려/발해-조선-대한제국-국권침탈에 이르기까지.. 이 글의 목적은 그런 횡(橫)적독해에 익숙한 수험생들에게 종(縱)적이해를 더해주기 위함이다.
## 본 문서는 보다 편한 독해를 위해 평어체로 쓰였다. 경어에만 익숙하신 수험생 여러분에겐 조금 불편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
Vol.1 인간 본성과 애국심
오늘은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해. 추천도, 조회수도 다 필요없고 내가 바라는 건 단 한가지 완독해주는 것. 그럼 살펴보자.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글이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볼게.
본성이라고 너무 어렵게 여기지 말고 차근차근 들어와 봐.
인간의 본성.
인간의 본성은 뭘까? 착할까? 악할까? 아님 이도저도 아닐까? 다들 들어봤을 거야. 맹자는 모든 넘들은
다 착하다는 성선설을, 순자는 모든 넘들은 다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지. 사람 본질에 대한 둘의 이해가가 다르니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도 다르게 나타났어.
맹자는 인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인의를, 순자는 인간 외적으로 규율하는 법을 중요시했잖아?
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심도있게 고심해본 적은 없어. 다만 아무런 본성도 없는 성무선악설 정도를 무심하게 지지했다고 할까? 근데 근대 중국 학자인 이종오(중국명:리쭝우)에 의하면 인간의 본성엔 선악이 없어.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지. 단지 이기적일 뿐이야. 왠줄 알아?
맹자의 성선설 논리를 구성하는 '측은지심'에 대해 살펴보자. 측은지심이란 말 그대로 상대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측은하게 여긴다는 이야기야.
"지금 어떤 사람이 우물로 들어가려는 어린아이를 발견하면 그에게는 당연히 두렵고 측은한 마음이 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측은(가엾음, 惻慇)을 들어 인간 본성에 선한 동기가 있다고 말하지. 그런데 이건 잘못됐어. 왠줄 알아? 저 문장을 봐. 측은한 마음 이전에 두렵다는 마음이 먼저 들지?
두렵다는 건 뭘까? 내가 두렵다는 거야. 왜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는데 내가 두려운 걸까? 내 생각엔 이래. 우물에 들어가는 것은 분명 위험한 행동이야. 하지만 저 아이가 들어가고 말고는 사실 나랑 상관없지.
그렇지만, 저 아이가 빠져 죽는다면 그것은 그 빠져죽는다는 행위가 나와 더 가까워짐을 뜻해. 이런 거 있잖아. 우리나라에선 지진이 일어나지 않지만 간혹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에서 거대 지진, 해일 등의 재난이 일어나면 우리 마음은 아주 마냥 편한가?
9.11 테러를 보며 우리는 정말 말그대로 '강건너 불구경'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진 않을 거야. 최소한의 불안감은 가져봤을 거라고. 그게 대상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욱 그래. 당장 옆나라 중국에서 내전이 일어나면 우린 괜한 불안에 휩싸이겠지. 그리고 그들이 안타까울 거야.
결국 누군가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은 내가 정말 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위험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모든 불행과 재난이 나만은 비켜가리라는 확신은 없잖아?
곤충과 동물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 베짱이와 원숭이가 있어. 둘 모두 존엄성도 없고 인권도 없어.
따라서 저기 나오는 어린아이는 '나'의 확대형이야. 여기까지 잘 따라왔니? 아직 잘 이해가 안 가면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 줄게.
인간은 이기적이야. 가족이고 친구고 간에 가장 먼저 '나'를 위한다는 말이지. 이종오는 이렇게 말해.
"우리는 부모님을 위한다고 하지만 어릴 땐 엄마 입속에 있는 떡을 뺏어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형은 싫어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형보다는 엄마가 더 가깝기 때문"
그리고 이종오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하지만 자라나면서 이웃사람과 만날 때 곧 형과 그들을 비교해 형이 더 가깝기 느끼기 때문에 형을 더 사랑한다."
마찬가지로 외국에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설령 외계인이라도 왔다 치면 지구인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거야.
결국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내가 느끼는 애정의 정도는 '나'와 얼마나 가깝냐야.
생각해봐. 너희들 중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애국심, 자긍심을 가진 이들이 있을 거야. 예를 들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살고 있는 아이와 저쪽 제주도에서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살고 있는 꼬마가 있다면 이 둘의 차이가 뭐지? 사실 네겐 차이가 없어. 아무도 네 인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 하지만 같은 국민이라 해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꼬마에게 더 애착이 간다? 이게 합리적인가? 합리적이지 않잖아.
근데도 네가 더 가깝게 느끼는 건 너 스스로 네가 쓰는 언어와 영토 생김새 등의 한계를 정해 놓고 그것들을 범주화하고 구분지어 인간들을 거기에 차례대로 배치시켜 놓기 때문이야. 알카에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국인을 무참히 살해했을 때와 미국에 들어가 무참히 살해했을 경우 전자에 더 불안이 솟구칠 확률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야.
따라서 이종오는 말해. 위인(爲人)의 논리인 측은보다 위아(爲我)의 논리인 출척을 더 중시하라고.
여기서, 한 번만 더 깊게 들어가보자.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이라 해서 더 가깝게 느끼는 그런 '민족주의' 이것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너희는 IMF는 겪어본 세대니까 그 때 우리나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금모우기 운동을 펼친 사례를 기억할 거야. 이 때 세계 주요 외신들은 놀라운 반응을 보였지.
왜 그런 줄 알아?
왜 저들은 정경유착, 재벌들의 막가파식 투자, 기형적 재무구조, 분식회계가 벌여놓은 커다란 재난을 서민층이 발벗고 나서서 단죄하지는 못할 망정 빚을 갚아주는지 의아했기 때문이야.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무지를 비판하지 못하고 다 우리 잘못이니 우리가 해결하자는 맹목적 공동체주의에 언론도 ‘아름다운 한국의 민족성’이라며 치사하기 바빴어.
'민족'이란 건 위정자들, 권력의 잘못을 단번에 파쇄해주고 면죄부를 쥐어주는 최고의 발명품이야. 민비가 왜 오늘날 추앙을 받을까?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균형 외교?
웃기는 소리지. 그가 한 일은 그저 자신들 인척 다 데리고 와서 부정부패, 매관매직 등의 온갖 전횡을 다 저지르고 나중에 일본, 러시아 등의 열강이 다가오자 러시아에 붙은 일밖에 없어. 그런데 단지 '일본'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신격화되었어.
내가 조선의 국모?
국물도 없는 말이야. 민비는 그냥 말 그대로 조선의 왕비였을 뿐이지. 아무런 애국을 한 게 없어. 맞서 싸운 것도 없다고. 만약 그 때 국제 정세 때 일본이 러시아에 패하고 러시아가 우리나라 장악했으면 단번에 이완용을 뛰어넘는 매국노가 되었어야 하는 상황이 바로 민비의 상황이야.
그러고보면 참 우린 무의식에 잘 빠져. 그저 권력이 만들어놓은 상징, 그것도 조작이 가미된 상징을 보면 금세 감상에 젖지. 그리고 뭐가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아. 그리고 민족을 부르짖어. 월드컵 한 골에 웃고 울면서 정작 권력에 의해 쏟아진 약자들의 피눈물은 있는지도 몰라.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가 갖는 특징의 핵심은 바로 '인종적 순수함'이야. 근데 과연 조선 시대에도 우리가 단일 민족, 순수한 인종으로서의 가치를 뽐냈을까? 말이 안 되잖아.
얼마나 중국넘들이 이 땅에 많이 건너왔으며 거란,여진,몽골,왜구 등의 외세 침입이 많았어? 너희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이 몽골, 왜구, 중국인의 피가 섞여 있을 거야. 심지어 왕도 외국 공주와 결혼했고 그걸 영광으로 알았잖아. 근데 무슨 단일 민족이야?
실상은 일제 침략 하에,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이데올로기를 만들 필요를 느꼈던 신채호나 박은식 같은 사학자가 '민족'이라는 우리를 통솔하기 위한 시그널, 기호를 만든 거야.
그러고는 이 '민족'이라는 게 옛 조선, 고려를 넘어 삼국시대,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처럼 '포장'했어.
그래서 단군은 더 이상 실존인물이 아닌 신화가 되었고 우리 민족은 하나의 실체적 단일화를 이룩하게 됐지.
그 때부터 '아(我)'와 '비아(非我)'의 구분이 생긴 거야. 유독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배타성을 갖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지?
잘 살펴보면, 권력은 언제나 위급할 때 그들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민족'을 들먹여. 민족이라는 주형을 짓고 틀의 외부와 내부를 구획해. 구획된 내부는 그 구획의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외부와의 이질감을 느끼기를 강요당하지. 결국 이렇게 구획된 내부와 외부는 서로 적대감을 갖게 되고 그게 발전하면 전쟁이 되는 거야. 근데 이런 '민족' 담론은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주의면 개인주의이고 전 인류주의면 전 인류주의이지. 왜 하필 경계를 가르는 게 민족인 걸까?
차라리 일제 시대 때 '민족'이란 거짓 색깔이 채색되지만 않았어도 지금 남한과 북한은 예전 네덜란드나 벨기에가 그랬던 것처럼, 그냥 따로따로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위험한 발언일지 모르겠지만 한 민족, 한 국가? 통일? 직접 가족이 갈라진 우리 조상 세대에겐 통일이 피맺힌 절규로 돌아왔지만 점점 세대가 지날수록, 5세대 6세대가 지날수록 북한은 남이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남이 돼 적대감 이전에 왜 적이 되어야 하는지 헷갈릴 시기에, 지금 감당하고 있는 징병제와 막대한 국방비에 손을 볼 여유가 생기겠지.
이 글은, 민족의 순기능에 대해선 상술하지 않았어. 왜냐면 그것들은 너희 모두가 6,7,8차 교육과정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교과서와 담론에 의해 교육될 테니까. 단지 이 글을 쓴 것은 전술했듯 역사의 횡적 독해에 이러한 시각도 있다는 종적 영감까지 전달하기 위함이다.
Soon to be Vol.2 '진화론이라는 허영과 인간의 자존심'
Vol.3 '박정희와 히틀러에 대하여'
(본 시리즈는 웃기게 쓰기 어려운 관계로 연재중단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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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예 민족이란 개념을 해체할 수 있었으면 좋겠음. 한국은 너무 민족이란 허구적 개념에 집착하는 듯..
나아가서는 타 집단과 선을 긋는 배타적인 애국심이란 악에 가깝다고 봐요
솔직히 민족의 순기능을 좀 더 많이 생각해왔던지라 민족을 '거짓 색깔'로 칭한 거 보고 좀 찌릿했네요.. 당시 '민족'이라고 정의하면서 생긴 여러가지 해프닝들을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닌데, 인정하기는 버겁고.. 아직 철 덜든 듯 하네요 하하 -_-;
종교만큼이나, 민족의 이름으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많았죠.
21세기들어 민족이란 개념이 크게 유익한 것 같지도 않고 특정 운동권 분파에 이용당하며 맹목적 판단의 원흉이 되기도 하는 만큼 탈민족으로 나아갔으면 하네요.
맨날 한민족한민족 이럼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조례시간때 읊었던 이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지 최근 들어서야 깨닫고 있습니다. [민족]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의 몸을 바쳤던 사람을 삿되게 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생각해보면 과연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지켜야 할 대상이 그렇게 의미있었는가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요새는 배우면 배우고, 알면 알수록 당연하게 여겨왔던 애국심이라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고, 민족주의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뭔가 계속 한 권속에 묶어서 취급하려는 느낌과, 우민화될 것 같다는 근거없는 공포를 느낄때도 있고요.
잘 봤어요. 2편이 기대되네요.
민족과 국가란 지배층의 명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갓던가,,,
민족주의도 역사의 한 흐름일뿐... 지금까지의 한반도 역사에서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살아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죠. 민족주의의 기조 아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반면에 누군가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겁니다.
왜 개인주의와 인류주의가 아니고 민족주의가 되는가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여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가 형성되면서
무의식적 동의하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억업하기로 합니다.
이때부터 '개인적 본성'과 '사회적 약속'이 대립하게 되고 그 접점을 찾게 되는데
인간이 인류주의가 되기에는 개인적 본성이 견디질 못하게 되고,
완전한 개인주의가 되기에는 사회적 약속을 버릴수가 없으니
그 대안으로 인종, 언어, 문화 등을 고려한 민족이 적절한 카테고리로서 기능하게 되버리는 것이죠.
vol.2 가 진화론에 관한 것이라니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