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리닝 [310930] · MS 2009 · 쪽지

2012-08-12 10:33:33
조회수 679

D-88일에 쓰는 다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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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다짐을 시작해 봐야겠어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수없는 이 긴 방황이 벌써 3년정도 다되가는것 같아요.

대학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미친듯이 공부해오다가 한순간 흐트러져버린게 절 지금의 상태까지 몰아붙였네요.

제가 느긋하게 '시간도 많은걸 뭐~' 라고 생각하며 공부해온 동안 벌써 수능이 88일 남았군요...ㅎ 

이상하게도 200일이 남았을때도, 100일이 남았을때도 긴장이 하나도 안되더군요. 절박하게 입시에 매달리지 않고있었나봐요..

분명 최선을 다해보지 못한게 아쉬워서 한번더 도전해보겠다고 결심을하고 금쪽같은 1년을 투자했는데 

이제와서보니 내 일년을 그냥 허망하게 버리는거아닌가 하는생각이드네요. 초조해지는걸 보니 그렇게 직감하나봐요.

올해만 해도 벌써 오르비에 상주하다시피 눈팅+뻘짓을 한지가 어언 6개월이 다되 가네요...참..어리석죠.

작년 수능이 끝나고 나서의 다짐은 그 자취도 찾아볼 수 없고 작년이맘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하나도 다른게 없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공부를 해야할 수험생에게 주변의 상황때문에 하지못했다는 말은 핑계 그이상도 이하도 아닐거에요.



고작 수능공부 따위 조차 끈질기게 하지 못하는인간이 어떻게 더 심오한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까요.

현재 저의 목표는 '통찰력을 가진 인간'이 되는거에요. 무척이나 어렵겠지만요. 

그러나 이런 저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한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능공부는 단순히 얼마나 머리를 잘 쓰는지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라는데 의의가 있는게 아니라

생전 처음 외로이 도전해야하는 과제에 어떤자세로 임해야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데 의의가 있는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어떤 도전을 하든간에 처음 시작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냐가 중요할텐데

대학을 간다는게 아니 수능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보인다는게 그 이후의 나의 삶에대한 태도를 좌우할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자전거 기어를 빡세게 해놓고 스타트를 근육 터지도록 밟아 놓으면 스타트부터 힘들다고 설렁설렁 밟은사람은

결코 엄두도 못 낼 속도를 편안하게 유지하는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화가 납니다. 문득 거울에 비친 저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면요..

죄송 합니다. 매일 밤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자마자 쓰러져 주무시는 어머니를 볼때면요..

너무 힘이듭니다. 매번 내가 했던 다짐들을 지키지 못하고 나와의 싸움에서 지는 저를 마주 할 때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이젠 저 스스로의 힘찬 다짐들마저 믿어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아야 겠습니다. 며칠 남지않은 수험기간 동안에도 분명 또 다시 자신에게 실망하는 날이 올테지만 포기하지않으렵니다.


벌써 스무살입니다. 이젠 누군가에게 기대어 어리광을 부릴 나이가 아니란 말입니다.

더이상 저에게 얼마나 높은 대학을 가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삶의 의미있는 첫 걸음이 될 이 순간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보냈는지가 중요합니다.


지금 저는 자전거의 기어를 최대한 끌어올려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을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것 밖엔 없습니다.

반드시 저의 외로운 레이스에서 어디 있을지 모를 임계점을 넘어서겠습니다. 



P.S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수험생 여러분(은 없겠지만..ㅋ) 모두 올해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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