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특집 9편 - 17년 수능 콰인과 포퍼
수국과학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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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편에서는 여러 학자들이 등장하여 특정 주제에 대해서 첨예하고 대립하고 비판에 비판을 잇는 지문을 예로 설명하였습니다. 오늘은 주장과 쟁점 지문 중에서도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며 17년 수능에서 반추동물과 함께 학생들 멘탈을 흔들어제낀 콰인과 포퍼 지문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다양한 학자들이 나와서 서로 다른 주장을 벌일 때 우리는 각각의 이름에 매몰되어 허겁지겁 읽지만, 실제로는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쟁점'이 무엇이냐. 좀 더 구체적으로 '차이점'이 무엇이냐를 이해하면 더 쉽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2가지 입장을 펼치는 진영이 서로 동등하게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한쪽에서 상대방을 계속 비판하고 한계를 지적했다면, 분명 비판을 당하는 쪽은 다소 약하고, 비판을 하는 쪽이 강조되죠.
게다가 오늘 다루는 지문은 첫번째 문단에서 모든 핵심을 관통시키지 못하고, 좀 더 주의집중해서 읽어야지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난도가 있는 지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오늘 다룰 지문에서도 명백하게 더 중요하고, 더 강조되는 진영이 있습니다. 어떤 지문인지 나중에 찾아볼 때 쉬우라고 제목을 '콰인과 포퍼'라고 했지만, 사실 한 사람은 빼버리고 싶었습니다.
늘 하던대로 첫번째 문단 읽으면서 최대한 중요해 보이는 것을 잡아보겠습니다.
첫번째 문단부터 읽으니까 기가 팍 죽어서 시작하죠. 필자 또한 여태 공부한 지문 중에서 이렇게 난해해보이는 내용은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이 뭔지, 딱히 '과학적 지식의 논증방법' 같은걸 일일이 다 이해 못해도 됩니다. 하면 좋겠지만 우리도 스스로를 잘 알지 않습니까 그렇게 똑똑하지는 못하다는거.
첫 문단을 읽으면서 벌써 나중에 계속 전개될 맥락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주 유식해보이는 분들이 나와서 뭔가를 계속 주장하고 설명하신 것을 보니, 어떤 쟁점에 대해서 싸우실 예정인가봅니다. 그래서 최대한 중요해 보이는 것으로 찝어보면
그중 과학적 지식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누적된다고 주장한다
그 예측을 도출한 가설이 하나씩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된다고 주장한다.
'주장한다'라는 말이 들어있는 문장들이 2개 보이니까 어쩌면 이것이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게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체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라고 했고, 맨 마지막 문장을 보니 서로의 약간 차이점이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아직 이런 세세한 구분까지는 보지 말고 최대한 넓게 봅시다. 둘이 서로 같은 기호로 묶여서, 같이 주어로 나와서 계속 설명된 것을 보면 크게 볼때는 둘이 같은 진영으로 보입니다.
저는 여태 학자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세세한 차이를 가지고 각자 다른 주장을 해도, 큰 틀에서 비슷한 주장은 묶어서 보라고 했습니다.
넘어가서 2문단을 읽으면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첫 문장에서 의미심장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라고.
여기서 잠깐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학생 여러분이 저한테 뭔가 주장을 하고 제가 그에 대해서 답변을 했습니다.
'코그니타 선생님, 이거이거는 이렇게 해서 맞는게 아닌가요?' -> '질문을 보니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럼 여기서 제가 한 말의 요지는 무엇일까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일까요, 아니면 '하지만 한계가 존재합니다'일까요. 의심의 여지없이 뒷부분에 '하지만'이 등장한 이후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부분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결국에는 부정한다는 말이죠.
이번 지문에도 그렇고 나중에 다른 지문을 설명할때도 이 '하지만'이라는 말은 아주아주 강조되고 반복되어 설명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문단의 첫번째 문장에 '하지만'이라고 나온 것을 보면, 앞 부분보다도 중요한 사람이나 진영이 등장할 거 같습니다. 마저 읽어보면.
하지만 ㉡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고 본다.
드디어 오늘 지문의 주인공이자 핵심적인 진영이 등장했습니다. 콰인은 앞의 1문단에서 소개된 진영을 비판하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답니다.
여태 단순히 1문단에 지문 전체의 핵심이 등장한 것과 달리, 이번 지문에서는 2문단에서야 가장 중심되는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변형되면 쉽게 수험생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계속 1문단만 강조하고 1문단에 가장 핵심이 등장한다고 박박 우기더니, 이제와서는 또 답이 달라지니까 2문단도 중요하다고 말이 바뀌냐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1문단이 더 중요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는 지문은 단순히 첫 마디에서 핵심이 등장하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주제가 등장하는 변형된 유형이었습니다.
지문을 별로 읽지도 않았지만 벌써 말이 이렇게나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오늘의 지문은 생각해야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여태 다룬 지문 중에서 가장 어려운 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수능 지문에서 2가지 진영이 등장해서 서로 싸우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했다고해서 모든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학자, 중심이 되는 진영이 있고 반대로 약한 진영이 있습니다. 2문단을 읽어보니 '하지만'이라는 서두로 시작하면서 콰인의 주장을 설명해주죠.
그래서 이 지문에서는 콰인이 포퍼보다 중요한, 즉 (콰인) > (포퍼) 공식이 성립합니다. 이로인해 1문단보다 2문단이 더 강조되고 자연스럽게 더 열심히 읽어야합니다. 마저 읽어보면.
그러므로 ~ (중략) ~ 총체주의를 제안한다.
제가 앞에서 이번 칼럼의 제목을 '콰인과 포퍼'라고 했지만 이 중 한 사람을 빼버리고 싶다고 했었죠. 저는 '포퍼'를 빼고, 그냥 '콰인이 주장한 총체주의'라고 제목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콰인과 포퍼'라고 하는게 어떤 지문인지를 떠올리기 쉬워서 그냥 이렇게 적었습니다.
콰인이 주장한 총체주의는 계속해서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들을 비판하며, 한계를 지적합니다. 그래서 오늘 지문에서는 총체주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들 주장의 핵심을 파악하면 더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어느정도 단서를 찾았으니 문제를 풀면서 정말 제가 제대로 생각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문제의 정답까지는 끝까지 설명하지 않고, 늘 하던것처럼 후보군을 압축하고 정말 그 후보군에서 정답이 나왔는지만 보겠습니다.
2번째 문제. 모든 선지를 다 읽지말고 주어만 보면서 몇번에서 정답이 나올 것처럼 보이는지 확인해보세요.
제가 계속 강조했습니다 콰인이 주장한 총체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들은 계속 비판을 받았다고.
그래서 선지를 살펴보니, 3번 4번 5번은 제가 강조한 '콰인'이 주어이고, 1번과 2번은 각각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입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강조한 진영인 콰인이 등장한 선지를 먼저 확인했더라면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풀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답이 실제로 이 중에서 4번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지문의 더 강조되는 진영인 콰인을 중심으로 읽고, 문제에 콰인에 대한 내용부터 열심히 확인한 학생은 남들보다 더 쉽고 빠르게 풀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수능 국어는 더 핵심되고 중요한 내용을 성실히 본 학생에게 더 큰 보상을 줍니다.
마저 지문을 더 읽되 중요하다고 본 '콰인의 총체주의'를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분량과 시간 둘 다 촉박하니까 이제 남은 문단들 중에서 총체주의에 관해서 설명한 부분만 뽑아보겠습니다.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뭘 이야기 했는지는 그냥 보는걸 포기하면서, 최대한 밑줄을 적게 그어보겠습니다.
그럼 대충 4문장 정도가 눈에 아주 거슬립니다.
그러나 콰인은 총체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구분을 부정하는 논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다시 분석 명제 개념에 의존하게 되는 순환론에 빠진다. 따라서 콰인은 종합 명제와 구분되는 분석 명제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에 ㉢ 도달한다.
그러나 이 둘의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콰인은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을 다른 종류라고 하지 않는다.
. 그리하여 콰인은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이 원칙적으로 모두 수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지식의 변화도 더 이상 개별적 지식이 단순히 누적되는 과정이 아니 라고 주장한다.
깨알같이 '그러나'가 2번이나 등장한다는 것은 제가 발췌하지 않은 앞문장들에선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그 뒤에 곧장 콰인의 총체주의가 이를 비판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무시하면서 최대한 콰인의 총체주의에 집중하면서 읽었습니다.
제가 발췌한 부분은 상당히 적으나, 3문단 이후의 내용은 엄청 길기도하고 아주 복잡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걸 다 일일이 읽으면서 완벽히 소화할 여유와 시간은 없기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콰인에 중점을 두어 읽으면서 압축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 4문장들로 3번째와 4번째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각 문제들의 정답이 된 선지들의 확실한 근거가 저 내용들에 해당됩니다.
분량의 문제로 인해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문제 전체를 가져오지는 않고 각 문제 정답만 끌고와서, 앞서 발췌한 부분에 근거해서 판별해보겠습니다.
3번째 문제의 정답이 5번 선지를 보면
무엇인가 수정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발췌한 내용을 보면 '콰인은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을 모두 수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반해 선지는, 수정하는 방식으로는 가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총체주의의 중요한 주장을 상반되게 서술하였기에 확실히 5번 선지의 내용은 총체주의라고 볼 수 없어서 정답입니다.
마지막으로 4번째 문제의 정답인 5번도 보면.
'총체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라는 문제였거든요. 그렇다면 총체주의와는 다른 말을 해야겠죠? 앞의 총체주의에서는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을 구분하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5번 선지는 '중심부 지식과 주변부 지식들이 서로 종류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럼 이 말은 총체주의의 내용에 반대되는, 부정하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5번이 정답이 확실합니다.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면서 뺄 수 있는것은 몽땅 다 빼버렸는데도 매우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문제를 평소처럼 풀면서 설명한 것이 아니라, 정답만 가져와서 왜 정답인지만 거꾸로 설명했습니다.
제가 오늘 말하고 싶었던게 뭐냐면, '포퍼와 논리실증주의' vs '콰인의 총체주의'의 두 진영이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확실하게 콰인의 총체주의가 더 중요했으며, 이 진영의 내용에 해당되는 것들만 열심히 찾아서 읽고도 정답을 확실히 판별할 수 있었습니다.
즉 이 지문의 문제들은 '콰인의 총체주의'를 확실하게 제대로 보았느냐를 거꾸로 되묻고 있는 것이죠. '포퍼와 논리실증주의자'에 대한 내용과 주장을 열심히 외우고 이해했다고 해서 해당 문제들의 정답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콰인에 대해 알기에 정답을 판별할 수 있었죠.
누구는 포퍼와 논리실증주의 진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들의 주장도 열심히 읽어본 사람이 있을껍니다. 그런데 오늘 지문에서는 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콰인'측이 더 중요했고, 이들의 주장만 보고도 정답이 나왔었습니다. 포퍼를 열심히 이해한 학생보다 콰인을 열심히 이해한 학생이 더 유리했겠죠.
지금 시간도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일일이 이 지문을 해설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서로 다른 진영이 싸울때 상대적인 중요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를 설명하려고 예시를 들었습니다.
급히 추가) 설명은 안하고 넘어갔었는데 첫번째 문제도 마찬가지로 콰인 주장을 열심히 봤었다면 빠르게 후보를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콰인 주장을 곱씹어보면, 지식은 개별적으로 누적되지 않는다고했죠? 예측은 가설로만은 도출될 수 없다고 했죠? 지식의 종류를 다르다고 하지 않았죠? 그래서 기억나는거 가지고 다 제끼면 2번과 3번만 남습니다. 이제 이것만 다시 지문 돌아가서 확실히 찾으면 정답 고를 수 있어요.
정답도 여기 중에서 2번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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