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다 츠나요시 [82114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8-09-25 0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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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6평 이후 화1생1에서 생1지1로 바꾼 친구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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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평 이후 화1생1에서 생1지1으로 바꾼 친구 썰


부제: 내가 화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내가 그 친구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이다.

그전까진 이름만 얼핏 들어봤을 뿐, 전반적인 성적이나 생김새,성격,행실 등은 알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처음 그친구의 얼굴을 봤을때의 인상은

흔히들 말하는 '공부 잘하게 생긴' 인상이었고, 

실제로 1학기때 반장을 맡았고, 평균이 48점이었던 내신 수학 시험에서 전교에서 유일하게 100점을 맞는 등 

매우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였다.


 그당시 나는 이런 부류의 친구들은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서울대같은 초명문대학의 정문따윈 거뜬하게 폭파시키고 총장과 탭댄스를 추면서 여유롭게 합격할 것 같았다.


 하지만 2학년 말쯤 어느날, 무심코 내뱉은 나의 한마디에 대한 그의 반응이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다른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고, 대화 도중 내년(올해) 3월 학평에 수학 92점을 찍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당시 나의 모의고사 등급은 2~3등급 언저리였고, 지나가던 도중 나의 말을 들은 그 친구가 꽤 진지한 말투로 나에게 한마디를 하고 갔다.

 '너는 내가 5년동안 쌓아올린 노력을 몇달만에 역전하겠다고?'

나는 그때 그의 말 한마디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처음으로 그동안 그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천재라고 생각했던 그도 남들보다 더 치열한 노력과 의지를 갖고 공부를 해왔었고, 그에 대한 결과로 보상을 받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의 말에서, 

A나는 동시에 왠지모를 열등감 또한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투가 나에게는 마치 지금부터 아무리 공부하더라도 자신의 밑에서 살아가게될 것이고

나의 노력이 헛된 발버둥이 될거라고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나 스스로와 그에게 증명하고 싶은 마음과 그에 대한 열등감으로 분노에 휩싸인 채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학평 당일날 기적적으로 89점을 맞아 2등급을 받게된다.

그렇게 공부하기로 열의를 다짐했던 겨울방학 후, 나는 3학년 내신 2과목으로 화2생2를 선택하여 그친구와 같은반이 되었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그친구와 같이 보내게 된다.


너무나 성실하고 매사에 열심히 임했던 그는 2학년때와 마찬가지로

3학년때에도 반장을 맡게 된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수능 과탐으로 2과목을 응시하여 서울대를 갈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서울대에 가고도 남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어느날, 종합운동장역에서 졸업사진을 찍고서 각자 집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난 그와 대화하던 도중, 그가 2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A: 어 ㅇㅇ아 너 여기쪽 방향으로 가냐?

나: 어?...어어 

A: 그럼 같이 가자.

 .

 .

 .

A: ㅇㅇ아 근데 요즘 공부는 잘 되냐?

나: 요즘 겨울방학에 비해 많이 안하는거같다..

A: 그래? 하루에 얼마정도하는데?

나: 평일에는 국어 2시간 수학 4~5시간 화1 1~2시간 생1 1시간

A: 와...너무 열심히 하는거 아니냐 ㅇㅇ아?

나: 아니;; 너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

A: ㅇㅇ아 근데 수학에 너무 많이 투자하는거 아니냐?

나: 3,4월에 아깝게 1등급 못받아서 6월엔 1 받을려고...

A: 3,4월에 몇점이었는데?

나: 89 88

A: 와...진짜 king이냐?

나: 않이;; 생2하는 너가 더 king이지...

A: ?? 나 생2 안하는데?

나: ?? 그럼 과탐 뭐했는데?

A: 화1생1

나: 너 2과목 안했어?

A: ㅇㅇ 

나: 그럼 서울대 안가?

A: 응 다른 대학 의대갈거야.

나: 의외네... 그럼 내일 보자!

A: 응 잘가라!




그로부터 약 한달 후 6월 평가원 당일날 

시험 종료후 멘탈이 터진 상태로 가방을 싸던 도중 나는 믿을 수 없는 말 한마디를 듣게 된다.


A: 와...화학 진짜 개터졌다... 아니 이게 1등급받는거는 쉬운데 

만점맞기가 조오오오오올라 어렵네? 와....진짜 지구과학으로 빤쓰런 해야겠다...


나는 그가 단지 잠시동안 멘탈이 터져서 장난삼아 내뱉은 말인 줄 알았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들어가기 힘들다던 교내 명문동아리 화학부에 들어가 활동해왔고,

화학 경시대회에서 수상을 받는 등 고등학교 생활 3년 내내 화학과 함께 해왔던 그였기에

나는 화학을 포기할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화학에서 지구과학으로 바꾸었다.

그는 겨울방학부터 계속 다녔던 이윤희 현강을 끊고 시대인재 지구과학1 서바이벌을 등록했고,

그의 책상위에는 정훈구쌤 개념완성 교재와 이윤희 과제물 대신 

오지훈 개념완성 교재와 김지혁의 모든 기출, 그리고 시대인재 서바이벌 시험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가 지구과학으로 바꾼 이유는 화학이 싫어진 것이 아니고,

화학 등급이 안나와서가 아니고,

6평을 망쳐서도 아니다.


단지 지구과학이 점수받기가 더 쉬워서였다.


그것이 그가 6월에 화학 45점 1등급을 받고도 지구과학으로 바꾼 이유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며칠 전, 그 친구가 화학 자료 정리한다고 6평 대비 이윤희 자료를 나에게 주었다.


나: 정말 이거 가져도 되?

A: ㅇㅇ 이젠 필요 없어

나: 정말...화학 안할거야?

A: 응...

나: 그래...고맙다...

A: 아참 ㅇㅇ아

나: ?

A: "부디 열심히해서 내가 못다이룬 꿈을 너가 대신 이뤄줘라."


이 한마디가 내가 화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나는 6월달에 그친구보다 화학을 못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화학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단지 화학을 좋아했던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며칠 전까진 그저 처음 화학을 좋아하던 순수한 마음에만 의지해서 공부해왔다.


하지만 공부하다 힘들고 지칠 때 마다 나는 쉽게 풀어졌고,

가끔씩은 그냥 포기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젠 힘들고 지칠때마다 나는 그의 말 한마디를 떠올린다.

이젠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닌, 그 친구의 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고등학교 3년, 아니 더 나아가 그 친구의 일생에 걸친 꿈과 의지를 

내가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 전까지 그 어떤 

그 어떤 고난과 시련이 나에게 오더라도,

나는 이겨낼 것이다 아니, 반드시 이겨내야만 한다.

나의 꿈을 위해서,

나에게 기대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 친구의 꿈과 의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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