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수능 문과 수험생의 수기. -1
유난히 아침부터 날씨가 추웠다. 아침에 부모님이 차를타고 창원 중앙고까지 태워다 주셨는데, 차안에서 얼마나 긴장했던지 고작 5분탔는데 멀미가 났다. 시험 잘쳐라는 부모님의 말을 뒤로한채 학교에서 좀 떨어진 큰 대로에서 내렸다. 시험장까지는 좀 더 걸어들어가야했는데, 그 길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걸어가면서 정말 울뻔했다. 왠지모르게 서러웠다. 2번째도전,, 재수,, 이제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고사장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고사장의 상태가 좀 엉망이었다. 책상은 시험지 하나가 겨우 들어갈만큼 작고, 게다가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책상이 계속 흔들렸다.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 실패하면 절대 안된다. 절실함,아니 절박감이 밀려왔다.
20년동안 살아오면서 내 생애 가장 큰 집중력을 발휘해야한다...
8시 10분에 입실해서, 시험이 시작되는 8시 40분까지 언어영역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우선 8시35분에 시험지를 넘겨 받자마자 인쇄상태를 체크하면서 어떤 문학작품이 나왔는지 쭈욱 살펴봤다.
역시 EBS 교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한 방침대로 모두 익숙한 작품이 나왔다. 물론 익숙한 작품이었지만 내용까지 익숙한건 아니라서 꼼꼼히 읽어야 하지만 익숙한 작품이다보니 어느정도 마음이 놓였다.
마침내 듣기가 시작되었다. 듣기 2번에서 굉장히 복잡한 설명이 나와서 굉장히 긴장했는데 간신히 소거법으로 답을 찾았다. 그외에는 무난했다.
쓰기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쓰기문제를 다 풀자마자 바로 40번지문으로 가서 50번까지 세 지문을 풀었다.
이 풀이 순서는 주로 내가 심리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1번부터 12번까지 풀고 40번부터 50번까지 풀어놓으면 처음과 끝은 해결해놓았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심리적으로 든든해지고 2~30번대 문제를 차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이 풀이순서는 나에게만 맞을 수 있으니 이 글을 읽으신분들은 자기만의 풀이순서를 정해놓도록 하는것이 좋을것이다.
8시10분부터 8시 40분까지의 대기시간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풀이순서를 상기해 두는 것이 좋다.
50번까지 다 푼후 다시 13번으로 돌아와 시를 풀고, 비문학 인문,예술제재를 풀었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그런데 25번부터 2문제한세트 짜리 기술문제는 척봐도 주어진 정보량이 너무많고 난이도도 만만하지 않아 보였다. 바로 스킵하고 다음 고전시가 세트를 해결했다.
다음지문은 그레고리 문제였는데,,, 순간 글이 읽히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17분정도가 남아있었다. 남은지문은 3개, 머리가 하얘졌다. 계속 똑같은 문장만 반복해서 읽고, 이해는 되지 않았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절대 여기서 무너지면 안된다는 절박감에 그레고리는 생략하고 두더지의 어원에 관련된 언어제재로 넘어갔다.
언어제재도 역시 엄청 만만치 않았다. 3문제중 2문제를 해결하고 1문제를 남겨둔채 다시 아까 남겨두었던 기술 문제로 돌아가 차분히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기술제재 2문제 중 한문제를 해결한 이후, 10분남았다는 예비종료령이 울렸다.
결국 또 기술제재에서 한문제를 남겨두고 그레고리 지문으로 넘어가 다시한번 차분히 마음을 다잡고 읽어나갔다.
두번째 읽을때는 다행히 글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레고리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두더지 언어제재에서 남겨둔 문제를 해결했다. 남은 문제는 1문제, 시간은 4분여 정도 남아있었다. 30초만에 남겨둔 문제를 제외하고 모두 마킹하고 남겨둔 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신의 힘을 짜내어 단서를 찾아내려 했다.
ㄱ은 배열이고, ㄴ은 연결리스트 ㄷ은 다중연결리스트,, 동일 수의 자료를 논리순이 유지되도록 메모리에 저장한 다음 읽기,삽입,삭제를 동일 횟수만큼 차례로 실행했다.
... 둘째단락 끝문장에 배열은 삽입하거나 삭제하는 자료의 순번이 빠를수록 나머지 자료의 재정렬 시간이 늘어난다,, 그에 비해 연결리스트는 항상 자료 수정에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다...그럼 ㄱ인 배열의 삭제 실험에 걸리는 총시간이 가장 길겠다..
라고 겨우 찾아내어 답을 풀어냈다..
시험이 끝난 지금까지도 그 풀이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만큼 그때는 절박했고,, 절박했기 때문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이리라.. 그 안도감이란..
시험이 끝나고 어려웠다는 애들의 울음소리를 뒤로한채 세안을 하러 화장실로 갔다.
한겨울이지만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거울을 보니 얼굴이 엄청 창백해져있었다..
하지만 겨우 한고비를 넘겼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나중에 채점한 결과 언어는 98점이었다.
이제 수리영역,,, 이번에도 또 최선을 다해야지,,
5화로 나누어 쓰려 했는데 이 게시판은 글 하나 밖에 등록 안되네요.
수능후기게시판이 아니라 수기게시판에 나머지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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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게 4점마냥 천천히 풀어내니까 이게 절대 안 틀리네 대단한 방법은 아닌데 효과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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