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
원더걸스 혜림이
과 후배가 되어
기념으로
오랜만에 글 씁니다 ㅋㅋㅋ
장난이고,
임관하고 새 생활에 적응하느라
참 바쁘네요. 주말도 소중해지고.
이제 강사가 아닌 그냥 오르비 유저로 활동하고 싶어
닉에서 'T'를 빼려했는데 변경이 왜 때문인지
되지 않네요 ㅠ
암튼
2020년이라는
과연 오긴 오는지 의심이 되는 년도 전까지는
빼박 아재 저자일테니
좀 더 편하게 활동을.
생각나는 것들 좀 끄적여볼까
합니다.
요즘은 국방어학원에서 통역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월급을 받으며 교육을 받으니 참 감사다하는 생각이.
물론 소위로서의 군기와, 통역장교 선배님들에 대한 군기와
늘지 않는 통역 실력에 대한 압박이 큽니다.
마냥 편하기만한 업은 어디에도 없겠죠.
요즘 저에게 가장 고민인 것은 이 '깡'이라는 놈입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질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머리, 자제력, 센스, 집중력, 낙관주의, 비관주의, 성실성, 리더십,
외모, 의지, 자신감, 꼼꼼함, 추진력, 말빨, 글빨 등등...
수능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위 자질 중 자신의 자질을 총 동원하여
하루에 온전히 쏟아붓는 일,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면접이나 논술도 마찬가지일 것 같구요.
이런 수많은 자질 중 요즘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참 부족하구나 생각하는 것은
'깡'이라는 자질입니다.
흠...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갑자기 엄청난 '깡'으로
공부를 시작하여 무서운 추진력으로
성적 그래프가 급상승하는 그러한 깡도
있겠습니다만 이보다는,
'실전'에서의 깡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전에서의 '깡'은
이 시험, 발표, 무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도
별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을 말합니다.
저는 되게 소심한 사람이에요.
사람도 되게 어색해하고.
물론 20살부터 이를 깨닫고
이 소심함을 감추고 외향성을 보이려
많은 노력과 도전들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20살 이전엔
사람들이 혈액형을 맞힐 때
백이면 백 다 A형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엔 O형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네요 ㅎ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소심 세심 본질은 마찬가지고
사람을 어색해합니다.
그래서 어느 집단에 가도
좀 혼자 떨어지게 되는 편이고
혼자 다니게 되는 편입니다.
여럿이서 모이는 자리도 어색해하구요.
카톡도 그래서 어색해서 잘 안 합니다 ㅋㅋ
편의점이나 카페나 식당에서
말거는 것도 어색해함 ㅎㅎ
이러한 저에게는 어쩌면
강사보다는 저자가
통역(verbal)보다는 번역(written)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간은
좋든 싫든 통역이라는 것을 해야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소위 '별'들이 있는 자리에서.
1:1 접견 통역이라면 두 장군 사이에서 하면 되지만
화상회의 통역이면
수십개의 별이 나를 지켜보고 있고,
이때 한국어나 영어를 버벅대거나
폭파라도 하게 되면.
...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사실,
통역장교들이 통역이 제일 부담스럽고
제 실력이 나오지 않을 때는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도 아니고
수많은 장군들이 나를 지켜보는 상황도 아닙니다.
후자의 경우도,
결국 한측 장군보다는 내가 영어를 잘하고
미측 장군보다는 내가 한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이 자신감만 있다면 금방 적응된다고 하네요.
가장 떨릴 때는 바로
동기, 선배 통역장교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입니다.
내가 하는 한국말 하나 하나,
내가 하는 어색한, 깨지는 영어 하나 하나
일반인들은 모를 수 있는 사소한 실수도
금방 금방 캐치되게 되고,
동기 선배 앞에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별 앞에서 통역해야 할 때보다
훨씬 큽니다.
예전에 통역을 랩에 비유한 적 있었는데,
공연에선 절지도 않는 힙합 가수들이
쑈미에서 자주 저는 이유는
자신이 내뱉는 말 하나 하나를 알아채는
타 힙합 가수들 앞에서 랩을하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압박이 커지게 되면
특히나
통역이나 랩처럼 순간 순간의 CPU를 통해 이뤄지는 것들은
더 그 타격이 큽니다.
대학교 때 발표해보신 분들은 조금이나마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요즘 처음 만난 아직은 어색한 동기들 앞에서
통역을 할 때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통역 시험에서
통역 교관님이 날 지켜보고 있을 때
제대로 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급해지고, 발음이 먹고, 표현이 저렴해지죠.
CPU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겁니다.
내가 틀리고 못한 걸 하나하나 캐치하는
'눈'들이 있기 때문에.
그럼 쪽팔리기 때문에.
그럼에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수능이 됐는 뭐가 됐든
어떤 한 분야에 대해서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었고(이건 당연한 것)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결국 이 압박감을 얼마나 덜 받냐 하는
'실전에서의 깡'
싸움입니다.
수능이라는 것에선
타 과목도 당연 그렇지만
국어가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같고요.
강사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1:1 과외보다는 1:다 강의가,
현강보다는 인강이 더
긴장이 많이 됩니다.
특히 인강 같은 경우엔
찍어 올리면
'어디 얘 얼마나 하나 볼까'
하는 수많은,
'남'에 참 관심 많은
학생, 과외교사, 강사들이
보고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더욱 깡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죠.
I don't give a thing.이라는. 그 깡이.
이러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자신은 이 깡이 얼마나 되는 사람인가.
특히,
재수, 삼수, 반수를 생각하시는 분들.
가끔 소수는, 이러한 깡을 타고난 애들이 있습니다.
소위 무대 체질. 남 별로 신경 안 쓰는 타입.
하지만 저를 비롯한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 실전에서 떨기 마련이고,
심하면 폭파하게 됩니다.
자신이 수능 때 많이 급해지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아니고
그냥 어찌 어찌 풀었던 그런 느낌이라면,
그래서 평소보다 많이 안 나왔다면,
심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수능처럼 한 방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험은
지켜보는 눈이 있는 게 아닐지라도
그 압박감이라는 것이 분명 엄청납니다.
자신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인지.
혹 그 대답이 no,라고 해도
자존감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깡이 강한 사람도 있는 것이고,
자신은 그런 사람과는 다른 자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예를 들어 저처럼,
히키코모리처럼 틀어박혀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저자라는 직업은
저런 실전에서의 깡이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엄청난 시간과 고민과 노력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고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데드라인 압박감은 있겠지만
이것이 퍼포먼스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지요.
또한,
비록 자신이, 저처럼, 그런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서 실력은 물론
그 '깡'도 키우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하면
그 또한 정말 멋진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랬던 사람이고요.
수능에서 3번, 통역장교 시험에서 4번.
그럼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부 자신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 실전에서의 '깡'을 어떻게 키우느냐
가장 중요한 건
절대적인 실력.
수능으로 치자면
모의고사에서 2,3이 가끔 뜨는
불안한 과목이 있으면 안 됩니다.
자기는 쉬우면 그 과목에서 1이 뜨더라,
어려우면 3뜨고.
보통 수능에서 그 과목은 결국,
폭파하더라고요.
그 뒤 과목에 영향도 주고요.
자신이 한 번 더 도전하면서,
전과목 고정 1을 만들 자신이 있는지,
한 번 되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6,9 전과목이 거의 all 1인데
수능에서 간이 콩알만하다고 해서
망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거 같습니다.
(수능 전에 자만해서 논 경우는 제외)
이미 자신은 뭐가 나와도 자신이 있어서,
아무거나 나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저도 그 떨리는 맘을
그 절대적인 실력으로 커버하기 위해서 노력을 계속합니다.
어쨌든 통역장교들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노출되어야 하고
또 갈고 닦아야 합니다.
그래서 전 여유 시간에도 항상
미드를 보거나
영어로 만화책을 봅니다.
요즘엔 데스노트 다시 정주행 중 ㅎㅎ.
혹 영어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
후자 많이 많이 추천합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고
수능 정도의 독해실력이면
읽는 데 전혀 무리 없습니다.
그리고,
자기 최면.
어떤 주문이라도 좋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 그리고 시험 전에
자신감을 북돋을 수 있는 말을 되뇌이고
내뱉는 것.
내가 제일 잘나감
나 아니면 누가 수능 만점 받음
다 꺼져 내가 짱임 등등...
전 욕을 안 하는 사람인데
이러한 경우에 맘 속으로 욕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앞으로 남은 통역 발표와
시험들과 실전에서의
멘탈 관리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최면
활용해보려 합니다 ㅎㅎ.
오랜만에 연말이라
여유로이 인터넷하면서
주저리 주저리 써내려갔더니
무슨 소릴 한 건지 ㅋㅋㅋ
이제 뻘글 써야지..
모두 혜림이와 동기가 될 수 있는
외대 EICC와
수능 만점 받았던 분이 이번에
(그 책도 쓰시고 방송도 나오신 유명한 분)
통역장교로 온다고 하니
많은 관심 및 질문 환영합니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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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하고... ㅜㅜ 감사합니다 내년에 대박나세요!!
션선생님 안녕하세요^^
2017년의 문 앞에서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며 선생님 글을 또한번 읽어봅니다.
무언가 막막하기도하고...또 여러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이리저리 보내는 중 선생님 글을 발견했네요^^
여러 궁금한 것들도, 또 조언을 얻고 싶은것도 있어 쪽지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혹 메일이 괜찮으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새해에는 더 놀랍고도 아름다운 것들로 순간이 채워지시길 소망합니다.
늘 구석에서도 이렇게 도움 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것에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와 이 댓글 지금 봤어요 미안해요. ㅜㅜ 그냥 쪽지 주시지 ㅜㅜ 01040272619로 편하게 카톡해도 돼요!!
강 선생님 까페에서 선생님 발견하고 오르비에서 찾아봤는데 역시나 글이 있군요!
저도 준비는 시작하려고 했는데, 막상 얘기 꺼내니까 주변에 외국서 대학 나온 친구가 자기 친구들 그거하다 떨어지고 곤란하게 됬다고 다시 좀 생각해보라고 하고
외국에 대학나온 사촌형도 어학병 하다 떨어져서 제가 어학병 준비한다고 한게 귀에 들어가니까 허무맹랑한 소리 쯤으로 취급해서 좀 힘드네요. 물론 통번역이랑 언어 구사력이 다르다는 걸 아니 무시하고 공부할 생각이지만, 명문대를 안 다니니 다들 역량을 낮게 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올해 성공해서 군대서 션선생님 꼭 뵜으면 좋겠네요..
진짜 의미 없습니다 해외 대학이건 명문대건.. 정말 얼마나 잘 열심히 영어와 통번역 공부를 했냐는 겁니다 꼭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힘이 되네요^^